영화 '비스티보이즈'(2008), '소원'(2013), '터널'(2016)의 원작자인 소재원(40) 작가가 20여 년 전 은인을 찾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 작가는 지난 13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등을 통해 "제 사연과 일치하는 분이 계시거나 알고 있으신 분이 있다면 제 인스타그램 DM(메시지)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노숙자에게 친절을 베푼 소중한 분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감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소 작가는 20대 초반 노숙을 하던 시절에 서점을 자주 찾았다. 달리 갈 곳이 없었던 그는 역사보다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서점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서울역 인근 한 서점에서 사흘째 책을 읽던 날, 소 작가는 손님에게 항의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서점에서 쫓겨났다. 이때 서점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저기요"라며 서점을 나서던 소 작가에게 달려왔다. 소 작가를 불러 세운 직원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직원은 "이 책만 읽으시더라고요. 다 못 읽으셨죠.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라며 소 작가에게 책을 건넸다. 책을 건네받은 소 작가는 "나중에 제 작품을 직접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라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직원이 선물해 준 책은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를 회상하며 소 작가는 "태생부터 가난해 생일 때도 선물을 받아본 적 없다"며 "낯선 이로부터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 당황스러웠지만, 거북하지 않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자신이 선물했던 책을 읽은 노숙자 청년이 어느새 기성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까"라고 했다.
소 작가는 자신에게 책을 선물한 직원을 향한 편지를 남겼다. 편지에는 "당신 덕분에 괜찮은 작가가 됐다. 여전히 힘겨울 때면 그때를 떠올린다. 당신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서 작품을 집필할 때면 언제나 생각하고 다짐한다"며 "제게 처음으로 친절이란 감정을 알게 해준 당신이 무척 보고 싶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 작가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드라마 같은 이야기", "두 분 꼭 만났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소 작가는 "저도 간절하다. 더 시간이 흐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이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