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국제 멸종위기종 코모도왕도마뱀을 해외에서 국내로 몰래 들여와 유통하려던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50㎝ 정도의 어린 개체이지만 성체로 자라면 길이 3m의 독을 품은 흉포한 사냥꾼이 된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관세청 인천공항세관이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A 씨 등은 지난 2년간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시가 19억원 상당의 희귀 외래종 1865마리를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밀반입한 외래종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국제 거래가 규제되는 코모도왕도마뱀도 포함됐다. 코모도왕도마뱀 밀반입이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태국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크기 50~60㎝의 코모도왕도마뱀 어린 개체를 헝겊에 싸서 속옷 속에 넣는 수법으로 태국 당국의 검사를 피해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룡의 후예', '지상 최대의 도마뱀' 수식어가 붙는 코모도왕도마뱀은 큰 덩치와 더불어 빠른 스피드, 여기에 독까지 가진 괴수로 통한다.
400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서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격이 포악하고 다 자란 성체는 3m가 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한 맹수의 밀반입이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육식성으로 가리는 먹잇감이 없다. 주로 동물 사체를 먹지만 돼지나 사슴 등 커다란 초식동물도 사냥해 잡아먹는다.
동족도 잡아먹는 식성을 보인다. 새끼 코모도왕도마뱀은 나무 위로 올라가 생활하는데, 이는 성체들의 포식을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인간도 공격 대상이다.
2017년 5월 싱가포르 관광객은 인도네시아 누사 가라티무르주(州) 코모도국립공원을 방문했다가 코모도왕도마뱀에게 왼쪽 다리를 물려 중상을 입었다. 그는 돼지와 염소의 사체를 뜯어먹는 코모도왕도마뱀 무리의 사진을 찍으려다가 공격을 받았다. 현지 주민들에게 이 관광객은 군용 쾌속정에 실려 수도 자카르타의 대형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들의 사냥 방식은 교묘하다. 먹잇감에 은밀히 접근한 뒤 기습적으로 물어 독을 주입한다. 한때 입 안에 있는 50여 종의 박테리아가 강한 독처럼 작용해 사냥감을 서서히 죽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9년 MRI 검사에서 실제로 턱 아래 일종의 응혈 독을 분비하는 독샘이 확인됐다.
유튜브에는 이 거대한 파충류가 독을 주입한 포유류를 꿀꺽꿀꺽 삼키는 끔찍한 영상이 돌아다닌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 코모도국립공원 내 여러 섬에 3000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서식지가 잠식되면서 현재는 멸종위기에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