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접어들면서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면 급격히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있다. '계절성 정동장애'라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특정 계절에만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가을부터 겨울에 발병하며, 봄이 오면 증상이 사라진다. 계절성 정동장애에 대해 알아보자.
계절성 정동장애는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다르게 '우울'한 기분보다는 활기가 저하되는 '무기력증'이 주로 나타난다.
만사가 귀찮고, 업무나 공부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며, 몸이 무겁고 축축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고, 말수가 줄어들며,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회의적인 생각이 증가하고, 잠이 늘고 식욕이 증가하는데, 특히 탄수화물을 많이 찾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불안, 초조,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와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계절성 정동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요인은 '일조량 감소'다. 겨울에는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기 때문에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든다.
우리 몸은 일조량에 따라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의 분비량을 조절하는데, 일조량이 줄어들면 호르몬 분비가 교란된다. 이로 인해 수면 시간이 증가하고 기분이 처지게 된다.
또한 연말이 성과 평가 기간이라는 점도 계절성 우울증을 유발하는 데 한몫한다. 한 해 동안 이룬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내년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져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취 열망이 과도한 사람일수록 계절성 정동장애를 앓을 위험이 크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가족력이 있는 사람, 양극성 장애(조울증) 환자, 20~30대, 여성, 순환 근무자에게 잘 나타난다. 하지만 나이가 올라갈수록 발병 위험은 감소한다.
계절성 정동장애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무기력할수록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침대에만 머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운동은 필수이며, 틈나는 대로 야외로 나가 걸어야 한다. 햇볕을 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광선 요법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루에 30분 정도 5000~1만5000럭스(Lux, 광량) 만큼 빛나는 상자로부터 30~60cm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치료다.
햇볕은 일어나자마자 충분히 쬐는 것이 가장 좋다.
매년 재발하는 환자라면 미리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SSRI), 도파민 활성도를 높이는 부프로피온 등이 주로 처방된다.
조울증 환자라면 다른 치료 약제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