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창규호 KT’ 문재인정부 탈원전정책 반대행사 후원 파장

2019-05-15 11:20

미세먼지 체험행사 내세워 사실상 ‘탈원전 반대 국민행동 촉구’ 행사
헛발질한 KT “미세먼지 심각성 알리는 행사 취지에 공감” 후원 시인

이병령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장이 축사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후원사인 KT의 로고가 보인다. / 채석원 기자
이병령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장이 축사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후원사인 KT의 로고가 보인다. / 채석원 기자

황창규 KT 회장. 사진제공 / 뉴스1
황창규 KT 회장. 사진제공 / 뉴스1
KT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회사다. 실제로 지난 2월엔 누구나 미세먼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생활 가이드를 제공하는 ‘에어맵 코리아’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KT가 사회공헌활동인 이 프로젝트에 쏟는 비용은 무려 100억원. 지난 8일부터 내비게이션을 통한 실시간 미세먼지 정보 안내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에어맵 코리아’ 프로젝트는 빛을 봤다. 이처럼 미세먼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KT가 ‘헛발질’을 제대로 했다. 탈원자력발전 반대 홍보 행사를 후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는 14일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 300명을 초청해 ‘미세먼지 속의 다이닝’ 행사를 개최했다. 하얀 테이블보를 깐 식탁에서 유기농 식사를 하면서 미세먼지가 내려앉는 모습을 느껴보자는 게 이번 행사의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사실상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이병령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장은 축사에서 “원전을 지으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진짜 없애려고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안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축사를 한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현실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에너지는 원자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이사장의 주장을 거들었다.

원자력 전문가인 이 이사장은 발전소 플랜트 수출을 자문하는 뉴엔파우어의 대표다. 그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대북한 원전지원팀 팀장,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형경수로 개발책임자,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전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한 한국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이 때문에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탈원자력발전 반대 궐기대회’ 성격의 미세먼지 체험 행사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는 초청장에서 “모두 한 마음으로 파란 하늘, 맑은 공기를 맞이하는 국민행동에 나설 때다”, “‘미세먼지 속의 다이닝’은 세계인을 놀라게 할 행동예술이자 미세먼지 문제를 극복하는 정책적 결단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에 탈원전 정책을 제고하기 위한 국민행동이 필요하다는 언급이다.

뭔제는 이번 행사의 주요 후원사가 KT라는 데 있다.

KT 관계자는 15일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행사 취지에 공감해 ‘미세먼지 속의 다이닝’ 행사를 후원하게 됐다”면서 후원 사실을 시인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사실상 반 정부정책 행사를 후원한 셈이다.

현재 황창규 KT 회장은 한없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5G 서비스로 인해 LTE 속도가 느려졌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데 이어 어린이날 연휴 땐 장시간 국제전화 불통사태를 야기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KT새노조는 황 회장 시기로까지 채용비리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황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3월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 회장이 20억원을 들여 정·관·군·경 ‘로비 사단’을 구축했다”면서 “황 회장이 회삿돈으로 정치권 줄대기와 로비에 나선 걸로 보이기 때문에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히고 응분의 법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밝혀 황 회장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