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돋보기]'산 넘어 산' 카풀 스타트업…규제와 택시업계 반발 논란

2018-10-15 11:20

카풀스타트업 규제 묶여 구조조정·사업철수 등 심각한 경영난
정부 4차위 교통 혁신방안 논의…택시업계 반발에 1년 가까이 지지부진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앞에서 열린 카카오 모빌리티 규탄 집회에서 수도권 전국택시노조, 전국민주택시노조,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카카오 모빌리티의 승차 공유(카풀) 서비스 도입 추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앞에서 열린 카카오 모빌리티 규탄 집회에서 수도권 전국택시노조, 전국민주택시노조,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카카오 모빌리티의 승차 공유(카풀) 서비스 도입 추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에 발목을 잡힌 국내 '카풀'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가 카풀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자, 택시업계에서는 연일 사옥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카풀시장 활성화 논의를 위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가 업계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협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택시업계가 반발의 표시로 매번 참석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트랜디한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공유경제가 한국에서는 겨우 걸음마 수준이지만, 공유경제 중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주목도가 높은 차량공유시장이 그나마 꿈틀거리고 있다. 쏘카, 그린카와 같이 사업자가 보유한 차를 공유하는 '카셰어링'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개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차량을 공유하고 수익을 얻는 '라이드셰어링'시장은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로 사업추진 조차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행법(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에서는 자가용 승용차를 운송용으로 유상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다. 이 예외조항에 기초해 카풀스타트업들은 영업을 지속해왔지만, 출퇴근 시간 범위 등 명확한 지침이 없어 사업 확장을 하기 어렵다.

업계 1위였던 스타트업 '풀러스'의 경우 지난해 24시간 영업을 시도하다가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고발당하면서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결국 전체직원의 70%를 구조조정하는 등 경영난을 겪게 됐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럭시도 규제에 묶혀 사업확장을 못하면서 초기 투자자였던 현대차는 보유했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그리고 결국 지난 2월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되면서 모습을 감추게 됐다.

다른 카풀 서비스 티티카카는 지난해 8월, 서비스 출시 5개월만에 사업을 철수했고, 렌타카와 대리운전을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였던 차차도 국토부위 위법판정을 받은 이후 절반이 넘는 직원을 감원했다.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기본구상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기본구상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규제개선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이 택시 업계의 반발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택시업계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2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택시 노사 4개 단체로 이뤄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소속 500여명이 참가했다.

비대위는 "카카오가 자가용을 이용한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는 엄연히 여객운수사업법을 위반한 불법이다"며 "카풀 서비스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앞으로 카카오택시 콜을 받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저지하기 위해 비대위는 지난 4일과 이날 2차례 집회를 연 데 이어 오는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 3만명 이상의 택시종사자가 모여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한다고 공표했다.

택시업계와 카풀업계간의 대화의 물꼬를 틀고 카풀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카풀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를 통해 택시서비스 개선과 카풀 확대 등 교통 혁신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혀 1년 가까이 논의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있는 4차위가 그동안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네차례의 해커톤(마라톤 회의)을 진행했으나 택시 업계가 매번 참석하지 않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택시 업계에 대화 참여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4차위는 택시업계를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작년 11월 해커톤 계획을 발표한 이후 택시 업계와 7차례 대면회의, 30여 차례 유선회의를 통해 해커톤 참여를 요청했지만, 8월말부터 카풀업과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말 '카풀 운전자당 1일 2회 카풀 허용'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제안하고 택시 단체가 관련 논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합의점을 찾는듯 했으나 택시 업계가 카풀 시간제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논의를 전면 중단하기로 선언하고 해커톤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home 정문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