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물으려 현관문 두드린 흑인학생 향해 총질한 백인남성

2018-10-12 07:20

“인종 차별” VS “과거 경험으로 인한 과민 대응”
강도로 오인해 엽총 발사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에서 스쿨버스를 놓치고 길을 물어보려 인근 주택 현관문을 두드린 한 흑인 학생에게 백인 남성이 쫓아 나와 총을 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4월 12일 미시간주 로체스터힐스의 한 주택가에서 일어났다.

현관문 두드린 흑인 학생 향해 총질 / 연합뉴스
현관문 두드린 흑인 학생 향해 총질 / 연합뉴스

흑인 학생 브레넌 워커(14)는 스쿨버스를 놓친 데다 손에 휴대전화도 없었다.

학교에 갈 방법이 막막해지자 인근 주택으로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워커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백팩을 짊어진 상태였다.

집주인 제프리 지글러의 아내가 현관문에 나와보더니 워커를 강도로 오인해 비명을 질렀다.

집 안에 있던 퇴직 소방관 지글러가 웃통을 벗은 채로 엽총을 들고 현관으로 쫓아 나왔다.

총을 든 집주인의 모습에 놀란 워커가 도망치자, 지글러는 달아나는 워커를 향해 총탄 한 발을 발사했다. 총알이 빗나가 워커는 다치지 않았다.

이 장면은 지글러의 집 현관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 카메라에 잡혔다.

지글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지난 9일 법정에 섰다.

배심원단은 이 사건이 인종차별로 인해 야기된 것인지 양측 의견을 청취했다.

워커는 법정에서 "무서웠다. 학교에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물어보러 간 것인데 그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커의 어머니는 "지글러가 인종에 대한 편견에 의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글러의 변호사는 "인종은 이번 사건의 판단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지글러 부부는 과거에도 다섯 차례나 강·절도를 당한 경험이 있어 과민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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