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야 어서 일어나야지” 해운대 음주사고 피해자 2주째 사경

2018-10-09 13:40

사실상 뇌사 상태지만 부모 실낱 같은 희망
“음주운전 처벌 양형 높여야”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창호야 기분 어때. 어서 일어나야지."

지난달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인 윤창호(22·카투사)씨는 어머니의 말을 듣지 못한 채 여전히 사경을 헤매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인 윤창호 씨가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인 윤창호 씨가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모습 / 연합뉴스

8일 오후 사고가 발생한 지 2주가 됐지만, 병원 중환자실에 누운 윤 씨의 얼굴과 팔 등 몸 전체는 퉁퉁 부어있다.

머리 뒤쪽으로 수술자국이 있고 입에는 산소호흡기가 달려 있다.

아들의 손가락을 펴주는 아버지 윤기현(53)씨는 아들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연신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의료진은 사고로 의식을 잃은 윤씨를 상대로 뇌파검사를 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담당 의사는 윤씨가 사고 때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뇌사판정을 하지 않았을 뿐 뇌사나 다름없어 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보였다.

윤씨 어머니 최은희(50)씨는 "수십 번 마음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곤 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만 창호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0.001%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끝까지 끈을 놓고 싶지 않은 게 엄마 마음이다"고 말했다.

아버지 윤기현 씨는 "막상 일을 겪고 보니 음주 운전자를 처벌하는 양형 기준이 이렇게 낮은 줄 새로 알게 됐다"며 "음주 운전자에게 벌금 1천만원을 내게 하면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상자가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카투사로 복무하던 윤창호 씨 / 이하 윤창호 씨 지인 제공
카투사로 복무하던 윤창호 씨 / 이하 윤창호 씨 지인 제공

이어 "처음에는 장기기증 생각도 했지만, 의식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 아들의 몸 상태가 점차 회복되는 느낌이 있어 희망의 끈을 못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든지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가해 운전자를 향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윤기현씨는 아들 친구들이 나서 음주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가칭 '윤창호 법' 제정을 호소하는 것과 관련해 "창호가 의식이 없지만, 국회의원이 움직이고 여론이 조성되는 등 변화 조짐 있다고 들으면 벌떡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가해 운전자 박모(26) 씨는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81% 상태에서 BMW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씨와 배모(22)씨를 덮쳤다.

해운대 음주 사고 현장
해운대 음주 사고 현장

경찰이 사고 당시 박씨의 호흡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을 때는 0.134%로 추정됐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혈액 분석을 의뢰한 결과 0.181%로 최종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혈액을 채취해 분석하면 호흡 측정 때보다 알코올농도 수치가 더 올라간다"며 "가해자의 음주 수치가 올라감에 따라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운대경찰서는 다리 골절로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은 박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거동이 가능할 때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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