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주신 고통...” 이영표가 아내에게 '무통주사' 맞지 말라고 한 이유

2018-10-02 17:20

이영표 씨, 아내에게 무통주사 없이 셋째 출산 권해
"특정 성경 구절만 딱 떼어서 현실에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 / 뉴스1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 / 뉴스1

KBS 축구 해설위원 이영표(41) 씨가 셋째 출산 당시 아내에게 '무통주사'를 맞지 말라고 한 일화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영표 씨는 지난 6월 출간한 에세이집 '말하지 않아야 할 때'에서 셋째 출산 당시 아내와 겪었던 일화를 밝혔다. 이영표 씨는 당시 병원 분만실에서 간호사에게 무통주사(분만시 통증을 줄여주는 주사)를 권유받았지만 성경 속 내용을 이유로 그를 거부했다고 적었다.

이 씨는 책에서 "하나님께서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을 주신 것과 남자에게 이마에 땀을 흘려야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신 창세기 3장 16절을 찾아 읽었다"며 "(아내에게) 주님께서 주신 해산의 고통이라면 피하지 말자 이야기했다"고 적었다.

이 씨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무통주사를 맞지 않고 셋째를 출산하기로 결정했다. 이 씨는 "정작 진통이 시작되고 부들부들 고통에 떠는 아내를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약해지는 걸 느꼈다. 말씀에 따라 살려는 노력은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당시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 씨가 책에서 언급한 창세기 3장 16절에는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과거 기독교계에서는 '무통분만' 개념이 도입될 당시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성경 속 창조논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일부 목사들이 무통분만을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침례신학대학교 구약학 기민석 교수는 2일 위키트리에 "성경 속 세계관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는 건 현실에서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성경에 있는 내용을 지키는 게 좋지만 성경 속에 있는 '고통을 더하리니'라는 구절만 딱 떼어서 현실에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을 할 때, 무통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고통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성경에서 기록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 안에는 고통을 덜어줘야 하는 의무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과거 유럽 사회에서도 무통분만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 한국 교계에서는 아무리 보수적인 곳이라 하더라도 출산 시 무통주사를 제한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