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울 방문·백두산 등반, 두 번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남북회담 취재기)

2018-09-21 15:30

남북정상회담은 더 이상 깜짝 놀랄 일이 아니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위키트리도 이곳에서 남북정상회담 취재를 했다 / 이하 손기영 기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위키트리도 이곳에서 남북정상회담 취재를 했다 / 이하 손기영 기자

남북정상회담은 더 이상 깜짝 놀랄 일이 아니었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기간 국민들은 대전 동물원 우리를 탈출한 퓨마 '호롱이' 사살 소식에 슬퍼했고, 가수 구하라 씨 사건에 눈과 귀가 쏠리기도 했다. 올해 들어 세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무르익는 남북 관계처럼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시대적 사건이 돼가고 있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한 평양에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마음은 평양으로 향했지만 모든 기자들이 그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평양에서 약 200km 떨어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서울 프레스센터가 들어섰다. 전 세계 취재진이 치열한 취재 경쟁을 펼친 현장에 위키트리도 함께 했다. 프레스센터에는 내신 187개사 2261명, 외신 29개국 124개사 465명 등 모두 2726명(지난 19일 오후 기준)이 등록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18일 시작했지만, 이틀 전인 16일부터 서울 프레스센터에 자리를 틀었다. '남들보다 먼저', '남들보다 빨리' 이런 중압감 때문이었다. 이는 기자라면 달고 사는 '불치병에 가까운' 직업병이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출입증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출입증

800여 석이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룸에서 위키트리에 배정된 좌석은 1석이었다. 역사적인 순간을 홀로 취재한다는 부담감에 침이 마르고 머리를 쓸어올릴 때마다 머리카락이 후드득 떨어지기도 했다. 이미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해 낯선 경험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담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커다란 탄성과 박수는 터져 나오지 않았다. 간간이 스마트폰으로 프레스센터 생중계 화면을 촬영하는 기자들은 있었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프레스센터에서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상봉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남북 정상 만남은 더 이상 깜짝 놀랄 사건이 아니었다.

남북 정상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나는 순간 서울 프레스센터 상황입니다

게시: 손기영 2018년 9월 20일 목요일
지난 18일 남북 정상이 만나는 순간 서울 프레스센터 상황을 촬영한 영상

그렇다고 '심심한' 장면만 반복되진 않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동안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두 차례나 커다란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 세계 취재진을 놀라게 한 발표는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과 남북 정상 백두산 등반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남북 관계 발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남북 정상은 지난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공동선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시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며 "여기서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에는 남북 정상 백두산 등반 계획도 발표됐다.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은 남북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상징적인 장소다. 백두산 하면 '남북 평화'와 '통일'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일 백두산을 함께 올랐다. 당초 백두산 장군봉까지 갈 예정이었지만 날씨가 좋아 백두산 천지도 방문했다.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한 기자는 "평소 변덕스러운 백두산 날씨가 좋은 걸 보니 앞으로 남북 관계도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백두산에 함께 오른 남북 정상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일 백두산에 함께 오른 남북 정상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를 출입한 지 1년이 된 올해, 남북정상회담 취재를 세 번이나 하는 '일복'을 얻었다. 조만간 문재인 정부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때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 만남이 익숙해진 것처럼 북한 지도자가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장면도 앞으로 그저 '덤덤한' 일이 될 수 있다.

낯선 일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남북 관계 발전을 방증한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뜬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밝힌 말이었다. 남북 관계 발전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는 뜻이기도 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뜬 문재인 대통령 발언 / 손기영 기자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뜬 문재인 대통령 발언 / 손기영 기자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