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유치'에서 '유지'로...이통3사 멤버십 강화 승부수

2018-08-30 17:00

멤버십 혜택 강화로 장기고객확보 나선 이통3사

SKT의 'T데이'
SKT의 'T데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각각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면서 장기고객 확보에 나섰다. 신규 고객 유치만큼 기존 고객 유지에도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3사의 '집토끼 잡기' 경쟁을 두고 실버세대 등 사용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T는 다음달 3일부터 T멤버십 고객들에게 외식비를 최대 50% 할인해주는 미식 이벤트를 실시한다. SKT는 지난 4월 멤버십 등급별 차등 지급되던 연간 할인 한도를 폐지하며 혜택 확대를 선언했다.

또 매월 첫째주 평일과 매주 수요일 'T데이'에 맞춰 특별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SKT에 따르면 T데이 시행 첫달의 멤버십 할인 총액이 전월 대비 22% 증가하는 등 고객들의 호응도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도 SKT는 'T 해피패스'를 통해 여가 문화 시설 입장료 할인을 진행 중이다.

KT의 '더블할인멤버십'(왼쪽)과 LG유플러스의 '나만의 콕' 서비스
KT의 '더블할인멤버십'(왼쪽)과 LG유플러스의 '나만의 콕' 서비스

KT는 멤버십 혜택 분야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통신요금과 데이터를 공략했다. KT 이용자들은 휴대전화 단말기의 할부원금을 멤버십 포인트로 지불할 수 있으며 포인트와 데이터를 교환할 수도 있다.

단말기 보험료나 수리비 납부도 포인트 결제가 가능해 KT의 멤버십 서비스는 실용도 면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더불어 KT는 지난 4월 2017년 폐지 시켰던 '더블할인 멤버십'도 부활시키며 멤버십 혜택 확대에 나섰다. KT 고객들은 본 혜택을 통해 매달 지정일에 멤버십 할인을 두배로 받을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들의 소비 패턴에 따른 맞춤형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다. '나만의 콕'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플러스 VIP 고객들은 교통, 영화, 쇼핑 등의 카테고리 중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분야를 선택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플러스는 특히 폭넓은 교통비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멤버십 가입자들은 렌터카 이용시 40%이상 할인 받을 수 있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유플러스 고객은 최대 70% 저렴한 가격으로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어 여행을 계획 중인 이용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통 3사의 멤버십 어플리케이션
이통 3사의 멤버십 어플리케이션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마냥 뜨겁지 않다. 멤버십 혜택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3사의 포인트 사용처가 몇몇 제휴사에 한정돼 있고 결제가 아닌 할인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인트 결제 혜택을 내건 통신사들의 서비스도 막상 결제 가능 한도가 정해져 있고 한도액 역시 낮은 편이라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포인트의 유효기간도 1년으로 한정돼 있어 대부분의 고객들은 포인트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한 채 남는 포인트를 버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통신사 가입자 1인당 포인트 사용률은 40%에 불과하다. 실제로 한 이동통신사 고객은 "예전에 비해 많은 포인트를 받고 있지만 사용처는 그대로라 혜택 확대가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포인트 사용 방법에 대한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이동 통신사에 가입하는 고객들은 통신사 가입과 별도로 멤버십 회원 가입을 해야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입 방법, 보유 포인트 금액, 포인트 소멸 기한 등은 따로 고지되지 않고 있어 많은 가입자들이 멤버십 혜택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채 포인트가 소멸되고 있다.

영화관 어플(왼쪽)의 예매 화면과 이통사 멤버십 어플의 예매 화면 장애인석인 A10, A12의 예매가 멤버십 어플에서는 불가능하다
영화관 어플(왼쪽)의 예매 화면과 이통사 멤버십 어플의 예매 화면 장애인석인 A10, A12의 예매가 멤버십 어플에서는 불가능하다

또 사용자들의 연령과 특징을 고려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이통사들이 플라스틱 카드 대신 멤버십 바코드를 탑재한 어플리케이션을 보급하면서 스마트폰 사용이 능숙하지 않은 연령대의 고객들은 포인트 사용이 더 어려워 졌다.

60대 사용자인 이말자(가명)씨는 "아들 내외가 명절에 내려와서 멤버십카드를 깔아주고 자동로그인해놓고 가도 중간에 앱이 자동 업데이트가 되면 자동 로그아웃이 돼 쓸수가 없다"며 "빵집에서 한번 써볼려고해도 아이디니 비번이니 알아야된다는데 그런걸 할 수 있는 노인들은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이통 3사가 모두 제공 중인 영화예매 서비스는 장애인석 선택이 불가능하다. 장애인석을 이용하려는 멤버십 고객은 일반석으로 예매를 한 뒤 영화관에서 직접 장애인 석으로 교환을 해야 한다. 이통사들은 제휴 영화관의 정책을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모든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장기 고객 확보를 위한 이통사들의 멤버십 서비스 경쟁이 소비자들의 실생활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 가입 시 멤버십 자동 가입, 포인트 소멸 사전 공지 등 화려한 혜택보다는 세심하고 실용적인 혜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home 김오미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