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 판결' 규탄한 서강대 총학생회, 학생들 반발에 결국 사퇴

2018-08-30 14:00

"학생들의 여론수렴은 거치고 총학 이름으로 자보를 작성한 것이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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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총학생회(총학)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했다가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사퇴했다.

서강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지난 28일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장 권한대행 공고'를 통해 "총학생회 및 부총학생회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여 9월2일 임시 전체학생 대표자회의(전학대회) 사퇴 안건 의결 전까지 경제학부 학생회장이 총학생회장의 권한과 직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장단 사퇴는 총학이 지난 17일 발표한 '한국의 사법 정의는 남성을 위한 정의인가' 제목의 규탄 성명에서 비롯됐다.

총학은 성명을 통해 "사법부는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언급하며 사건 당시와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충분히 '피해자답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무엇이 피해자다운 것이며, 피해자다움은 누가 규정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의 입장문을 인용해 "사법부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기만했다"고 주장한 총학은 "사법부는 마치 안희정 측의 또 하나의 변호인단 같았고, 정의를 위해 고뇌하는 사법부의 고민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서강대 총학생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판결 규탄 성명 / 서강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뉴스1
서강대 총학생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판결 규탄 성명 / 서강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뉴스1

하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서강대생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총학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 서강대생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안 전 지사의 사건을 연관지은 총학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와 안희정 성범죄 스캔들이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이냐"며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판결에 대해 섣불리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경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도 "학생들의 여론수렴은 거치고 총학 이름으로 자보를 작성한 것이냐"며 총학의 입장에 불만을 내비쳤고, 다른 학생도 "여성학회나 성평등위원회가 낼 법한 성명을 총학이 냈다니 당황스럽다" "총학이 운동권이었느냐"며 비판했다.

학생들의 거센 항의에 총학 지도부가 사퇴하자, 서강대 중운위는 다음 달 2일 임시 전학대회를 소집해 총학생회장단 사퇴의 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날 전학대회 재적위원 과반이 찬성하면 총학생회장단은 공식 퇴진한다.

서강대 총학이 성(性) 관련 문제로 내홍을 겪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총학은 지난 5월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씨의 교내 강연을 추진했다가 학생 반발에 부딪혀 취소했다.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도 은씨의 초청강연을 강행했다가 사퇴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지난 6월 학생 총투표를 통해 출범 30년 만에 재개편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한편 서강대 총학 지도부가 사퇴를 결정했지만, 교내 반발은 식지 않고 있다. 한 서강대 학생은 "논란은 만들대로 만들고 쏘옥 사퇴하느냐"면서 "가기 전에 (성명을 작성한) 명단은 공개하고 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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