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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키우기 쉽다고?” 앵무새 5마리와 현실 동거는 이렇다

  • • 최근 SNS에는 말을 하는 앵무새 영상이나 앵무새가 저지른 사건사고 소식이 종종 등장한다.
이하 김도담 기자


SNS에서 말을 하는 앵무새 영상이나 앵무새가 저지른 사건사고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배우 박하나 씨가 앵무새 3마리를 '반려조(鳥)' 로 키워 화제가 됐다.

앵무새는 2~3살 아이만큼 높은 지능과 뛰어난 언어 능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반려동물이다. 지능이 높은 만큼 정서도 발달했다. 수명이 길어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50~70년까지 사는 앵무새도 있다. '살아있는 최고령 앵무새(Oldest Parrot - Living)'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인정받은 앵무새는 미국 시카고 동물원 코카투 '쿠키(Cookie)'다. 지난 2016년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앵무새는 키우기 쉬울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호기심이 많아 손이 많이 가는 동물에 속한다. 앵무새를 반려동물로 키우면 실제론 어떠할까? 

서울에서 반려동물로 살고 있는 앵무새 5마리가 여기 있다. 각각 설하(왕관앵무·9), 모리(점보사랑앵무 8), 이누(목도리앵무·7), 공주(갈라코카투·3), 마야(코카투·2)라는 멋진 이름을 지닌 앵무새들이다. 주인에게 '앵무새 5마리와의 현실 동거’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주(갈라코카투·3), 마야(코카투·2), 이누(목도리앵무·7), 설하(왕관앵무·9), 모리(점보사랑앵무·8)


서울 동작구 상도동 앵무새 카페 '버드에비뉴'에서 앵무새 주인 한나경(26) 씨를 만나기로 했다.  

'버드에비뉴' 문을 열자, 20평(66㎡) 남짓 내부 벽면에 새장이 놓여 있다. 중앙 나무 조형물에는 앵무새 3마리가 올라가 있다. 

철창 없이 앵무새를 직접적으로 보는 건 처음이라 긴장됐다. 손소독 후 앵무새들을 천천히 살펴봤다. 바닥을 걸어다니는 앵무새, 손님 테이블 위에서 휴대전화를 지켜보는 앵무새, 철창에 들어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10여 마리 아기새, 높은 곳에 올라가 고개를 돌려 낮잠을 자는 대형 앵무새까지 시선이 가는 곳마다 앵무새가 있다. 

긴장한 듯 뒷짐지고 앵무새를 살펴보자 카페 운영자가 다가와 "괜찮다"며 대형 앵무새를 발라당 뒤집었다. 날개를 접은 채 항복한 듯 배를 보인 앵무새 표정이 '어리둥절' 너무 귀엽다. 
 
카페가 익숙해질 무렵 독보적인 자태를 뽐내던 분홍색 앵무새에게 다가갔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채 앵무새 쪽으로 손을 갖다 대자 손 위로 올라온다. 앵무새가 떨어질까 봐 팔을 든 채 굳어있자 내가 우습다는 듯 손에서 팔로 이동해 옷을 붙잡고 어깨까지 순식간에 올라온다. 셀카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이대자 (기분 탓인가) 열굴을 살짝 돌리며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다.




비교적 조용한 구석 자리에는 몸통 털이 다 뽑힌 앵무새 한 마리가 있다. 카페 운영자 박세진(26) 씨는 "첫 주인에게서 파양된 앵무새"라며 "스트레스로 자해한 거예요. 주인이 혼내던 말만 반복적으로 해요"라고 말했다. 자식에게 기쁨을 주고자 앵무새를 구매했다가 키우는 게 귀찮아지자 파양한 케이스다. 현재는 새 주인을 만난 상태다.

딱 떨어지는 숏컷 헤어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앵무새 엄마' 한나경 씨가 카페로 들어섰다.

애견미용사 한나경 씨 


그녀가 오자 아까부터 늠름하게 자리를 지키던 대형 앵무새 한 마리가 다가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애견 미용사가 직업인 한나경 씨는 집을 비우거나 출근을 할 때 종종 이 카페에 앵무새를 맡긴다. 알고 보니 소리를 지르던 대형 앵무새는 한나경 씨네 집 막내 마야다. 

한 씨는 부모님과 오빠, 강아지 5마리, 앵무새 5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집 베란다에 앵무새들만 쓰는 공간을 마련했다. 

"공원에서 우연히 사람 손에 올라가 놀고 있는 작은 새를 봤어요. 갇혀있는 새만 접하다 '새도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살부비며 함께 살 수 있구나' 알게 됐죠, 그 후 반려조에 대해 공부하고 같이 살게 됐네요.

앵무새를 식구로 들이기로 결심했다면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함께할 생각으로 시작해야 해요. 수명이 길거든요. 감수성이 풍부한 동물이라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하거나 외롭게 두면 자기 털이나 피부를 뜯을 정도로 스트레스받아해요. 평생을 땡깡쟁이 어린아이로 지낸다는 말이 적절하겠네요"

앵무새는 감정에 충실한 동물이다. 한 씨는 "그냥 말을 따라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말 뜻을 이해하고 쓰기 시작해요. 사람에게 애정표현을 하는 건 어떤 동물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의 언어로 표현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교감하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말을 하기 때문에 힘든 순간도 있다. 그는 "새는 기본적으로 다른 동물에 비해 굉장히 말이 많아요. 자기들 사이에선 그냥 일상의 자연스런 대화이지만, 사람들 귀에는 굉장히 크고 째지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소리에 예민한 분들도 함께 살기 어려워요"라고 했다.

한나경 씨가 인터뷰에 집중하자 마야가 다시 꽥꽥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한 씨가 손을 뻗어 마야 귀쪽을 만져주자 얼굴을 비비며 눈을 감는다. 앵무새들은 귀 주변을 만져주는 걸 좋아한다.

wikiwiki(@dnlzlxmfl)님의 공유 게시물님,



"놀아달라는 표현이에요. 관심 가져달라고. 마야가 아직 어려서 어리광이 심해요"

새는 새장에 가둬두고 바라만 보는 동물이 아니다. 반려견처럼 산책도 시키고 먹이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한 씨는 "반려조는 하루만 밥, 물을 먹지 못해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집을 비워야 할 땐 전문 호텔링 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아요. 짧은 시간이라면 새장 안에 밥과 물을 넉넉히 챙겨주고 나갔다 와요. 새들은 먹이 종류가 단조로우면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에 다양한 알곡, 펠렛들을 섞어주는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 평균 사료, 간식 구매 비용으로 10~15만 원 정도 든다고 했다.

산책 방법도 강아지와 비슷하다. 한 씨는 "외출 시엔 발목링이나 가슴줄을 하고 산책 장소까진 이동장에 넣어가요. 아무래도 도심가엔 고양이나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갑자기 달려드는 경우가 있어 위험할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 발이 따끔따끔해 밑을 보니 파란색 앵무새가 신발 주변을 콕콕 쪼고 있다. 셋째 이누다. 내가 싫은가 싶어 실망하던 중 한 씨가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 애정표현"이라고 말해줬다.

"앵무새는 새장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다시 새장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집안을 어질러요. 청소하길 싫어하면 키우기 어렵죠" 

동물 특유의 냄새가 심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한 씨는 "냄새가 있는 종도 있지만 반려견과 비교하면 없는 수준이죠. 앵무새들은 깨끗한 물을 떠주면 스스로 물 안에 들어가 샤워하는 걸 좋아해요. 간혹 샤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스프레이 통에 물을 담아 분사해주면 굉장히 즐겁게 즐기는 편이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앵무새 입양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몇가지 조언을 했다. 

"아이들을 위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내어줄 결심이 서지 않았다면 입양을 조금 더 고려해보세요. 일이 바빠서 함께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는 분들은 키우지 마세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지루해해서 지루함의 표현을 파괴나 소리 지름으로 나타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한 씨의 우려는 앵무새를 '비싼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앵무새를 물물교환하듯 바꾸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키우던 모란앵무를 분양 보내고 좀 더 큰 목도리앵무를 입양하고, 또 좀 키우다가 분양 보내 뉴기니아같이 더 큰 아이를 입양하는 식이에요. 중형앵무 한 쌍을 키우다가 더 큰 앵무새와 교환하겠다는 사람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 사이에서는 (앵무새를 더 큰 종으로 교환하는 행위를 두고) '업그레이드한다'라고 표현한다던데 예를 들면 '푸들 두 마리 허스키 한 마리랑 교환 원합니다'라는 말과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 씨는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을 다 구분할 정도로 지능이 뛰어난 아이들인데 그런 식으로 재분양되는 건 부모에게 버림받는 것과 같은 고통 아닐까 싶어요. 실제 재분양된 앵무새들은 새로운 가족에게 적응하기 전까지 사람을 문다던가 소음이 심해진다던가 하는 스트레스 징후를 많이 보여요"라고 말했다.

한 씨는 10년 넘게 앵무새를 키우고 있다. 아침 일찍 눈 뜨자마자 앵무새에게 좋아하는 간식을 줬다가 간식이 목에 걸려 떠나보낸 순간도 있다고 했다. 그가 키우고 있는 앵무새 중에는 주인 사정으로 맡겨진 아이도 있다. 한 씨는 동물을 키우며 경험한 시행착오를 블로그,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며 소통한다.  

한 씨가 키우는 5마리 앵무새 각각의 사연이다.

사람인 줄 아는 설하(왕관앵무·9)

이하 한나경 씨 인스타그램 



"설하 위에 형아랑, 누나가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오랜 시간 함께 살다 지금은 먼저 떠나서 설하가 첫째가 됐네요. 설하는 아주 어릴 때 제 품에 와서 워낙 작고 약했던지라 바람 불면 날아갈까 정말 어야둥둥 모시고 살았더니 자기가 새라는 걸 잘 몰라요. 종류 불문하고 곁에 다른 새가 오는 걸 아주 싫어하면서 자기가 사람이라도 되는 양 사람곁에만 앉아있으려 하고 오히려 강아지들이랑 되게 사이가 좋아요. 같이 사는 강아지 등 위에 올라타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강아지라면 가리지 않고 등에 올라타려고 해서 문제랄까요 ^^;; 그러더니 요즘은 멍멍이처럼 짖는 버릇이 생겼어요. 심심하면 강아지 삑삑이 소리를 내면서 놀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지에요"


부르면 달려오는 모리(점보사랑앵무·8)



"모리는 1살이 조금 넘었을 무렵에 제 품에 오게 됐어요. 점보사랑앵무들은 일반사랑앵무들에 비해 수명이 짧고, 단명하는 편이라 모리랑 같이 태어났던 형제자매, 모리의 부모 심지어 모리 남편에 아이까지 몇해 전 제 수명을 다 하고 떠났는데 모리는 벌써 8살인데 여전히 똥꼬발랄하게 잘 지내는 중이네요. 작년 겨울에 아파서 잠깐 병원 신세를 지긴 했었지만 컨디션 200% 회복하고 무탈하게 나이드시는 중이에요. 최장수 점보잉꼬가 목표랍니다"
 

이름으로 감정 표현하는 이누(목도리앵무·7)
 


"이누는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 가져본다는 '파랑새 로망'을 이뤄준 아이에요. 앵무새 특유의 울음소리보다 사람 말에 더 익숙한 아이라 기분 좋을 때만이 아니라 너무 무섭거나 갑자기 놀라게 된다거나 하면 '이누!!! 이누우우!!! 뽀뽀!'하고 사람 말로 감정 표현을 해요. 제가 자기 이름인 '이누'를 불러주는 걸 좋아해서 '이누'라는 말을 정말 다양한 억양과 감정으로 표현할 줄 알아요. 기분이 나쁘면 '이!누!!!' 하고 화내고 기분이 좋을땐 '이누우~~'"


"왜 이제왔냐"며 주인 혼내는 마야(코카투·2) 




"마야는 원래 주인이 사정이 생겨서 앵무새 카페에 맡긴 아이였어요. 코카투가 앵무새 중에서도 키우기가 까다롭다 보니 환경이 맞는 새로운 가족을 찾기까지 반년 정도 카페에서 지내다가 마야를 데려가겠다는 분이 찾아오셨어요. 사람을 워낙 좋아하던 아이라 넙죽넙죽 잘 가서 안기고 부비적 했던지라 새로운 가족을 만나도 잘 적응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분 품에서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서는 안 오겠다고 버티더라고요. 한참을 새장 위에서 안 내려오겠다고 불안해하는 마야를 안았는데 '얜 이렇게 보내면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차마 못 보내겠더라구요. 결국 마야는 그날 제 막내딸이 됐습니다. 멀리서 마야를 데리러 오셨던 분도 흔쾌히 그러는 게 좋겠다고 해주셔서 나름 해피엔딩이였네요"


뽀뽀가 특기인 공주(갈라코카투·3)




"공주도 원래 카페에서 지내던 아이에요. 날개 쪽에 상처가 좀 생겨서 치료받으러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느라 한동안 저희 집에서 함께 지냈었거든요. 카페에선 사람과 함께 놀기보단 혼자 놀기를 좋아하고 다른 새들과도 어울리지 않아서 원래 성격이 독립적인가 보다 했었는데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한 첫날부터 성격이 완전 정반대로 변해서는 '엄마 좋아!'하고 연신 뽀뽀해주고 부비적 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은 우리가 가족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어울리지 않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부터는 너도 내 새끼다! 하고 집이랑 카페를 왔다 갔다 하며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김도담 기자
dodam21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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