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교체한 통계청장이 물러나면서 한 '의미심장 발언'

2018-08-28 15:40

가계동향 조사 문제 때문에 '문책성 인사'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정부 경제 지표 등을 집계해온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최근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황수경 전 청장 후임으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 연구실장을 임명했다.

황수경 전 청장은 지난 27일 정부 대전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이 끝난 뒤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황수경 전 청장은 "가계동향 조사 소득 통계 신뢰도 문제 때문에 경질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황 전 청장은 "저는 (사유를) 모른다. 그건 (청와대) 인사권자 생각"이라며 "어쨌든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단독]前통계청장 "큰 과오 없어..윗선 말 듣지 않아 경질한 듯"
황수경 전 청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황수경 전 청장은 "통계청장으로 수행하는 동안 통계청의 독립성,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며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수경 전 청장은 "최근 주장은 다를지언정 통계청이 공표하는 통계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치열하게 그것을 기반으로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을 보면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통계는 이처럼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함에 있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 / 이하 뉴스1
황수경 전 통계청장 / 이하 뉴스1

황수경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통계청장으로 지난해 7월 취임했다. 그러나 통상 2년 남짓 재임했던 전직 통계청장들과 달리 황 전 청장이 13개월 만에 교체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 때문에 사실상 '문책성 인사'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가계동향 조사 표본 가구를 지난해 5500가구로 삼았지만 올해는 8000가구로 확대했다. 이로 인해 소득이 낮은 가구가 상당수 포함되면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이 한 해 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소득 분배 지표가 악화됐다는 우려가 나왔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통계청장이 갑자기 교체되자 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통계청장을 경질한 것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 자료를 내민 통계청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고 압력"이라며 "폭압적인 대통령의 정치가 해도 너무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긴급한 상황에 설마 통계 조작으로 국민 눈을 가리려 하는 것은 아닌지 청와대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황수경 전 통계청장 교체 논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한 기자는 지난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통계청장 등 차관급 인사가 발표된 직후 "이번에 통계청장이 바뀐 것은 지난번 가계동향 조사 표본 적절성 문제가 제기된 그것과 연관이 있는 인사인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것과 무관하다"며 "어떤 특정 부처에 대한 차관 인사만 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차관급에 대한 인사를 계속적으로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인사"라고 답했다.

또 다른 기자는 28일 청와대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황수경 전 청장이 어제 이임식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교체된 이유를 말했다. 이것 관련해서 조금 논란이 있는데 청와대 입장이나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달라"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일신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인사는 필요하다"며 "어떤 특정 이슈 때문에 특정인을 콕 집어서 인사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들도 이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