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항공사 직원들 다시 '촛불'…“항공재벌 갑질 근절”

2018-08-24 23:30

그간 얼굴을 감춰온 이들은 단체로 가면을 벗어던졌다.

항공재벌 갑질 근절 시민 행동 촛불 문화제 / 이하 연합뉴스
항공재벌 갑질 근절 시민 행동 촛불 문화제 /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양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총수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고 이들의 퇴진을 촉구하기 위해 다시 촛불을 들었다. 그간 얼굴을 감춰온 이들은 단체로 가면을 벗어던졌다.

20여개 시민단체와 정당 등이 참여한 '항공재벌 갑질 근절 시민 행동 촛불 문화제 기획단'은 2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촛불 문화제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 민주노총 조합원, 일반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올해 4월부터 카카오톡 익명 대화방을 만들어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을 폭로하며 이들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기획단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엄중 처벌을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에는 23일 현재 온라인 4천여 명, 오프라인 2천600여 명 등 총 6천600여 명이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7월 '기내식 대란'을 계기로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해왔다.

심규덕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 위원장은 "사측은 우리의 요구사항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부당 노동행위만 일삼았다"며 "박삼구 회장의 경영 잘못으로 업무는 힘들어지고, 회사 빚을 갚기 위해 돈 되는 것은 다 팔게 됐는데 박 회장의 퇴진 요구가 부당한 것인가"라고 외쳤다.

박창진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은 문화제에 불참했지만 대신 영상 편지를 보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패악질에 가까운 조 씨 일가에 억눌려 자발적 노예로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며 "우리는 실천하는 과제를 통해 작게는 대한항공 내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크게는 사회의 갑질 문화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기내 청소를 맡은 이영애 공공운수노조 한국항공 비정규직지부 여성부장은 "내 동료는 기내에서 화장품 샘플을 주웠다가 해고됐다"며 "작은 실수로 생존권이 박탈된 건데, 밀수품을 반입한 조양호 일가는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참석자들은 더는 사측의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투쟁의 상징이던 가이 포크스 가면을 단체로 벗어던졌다. 이들이 집단으로 얼굴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노조에 가입했다는 게 들통나면 탄압이 심했기 때문에 드러나는 데 두려움이 컸다"며 "하지만 이제 당당히 내보이겠다는 자기 선언의 뜻에서 가면을 벗었다"고 설명했다.

빗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참가자 200여 명은 공연 노랫소리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의 힘으로 띄우는 희망의 비행기' 퍼포먼스를 통해 '침묵하지 말자', '갑질 격파', '항공재벌 OUT(아웃)'이라고 적힌 피켓을 접어 만든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항공재벌 갑질 근절 시민 행동 촛불 문화제에서 날린 종이 비행기
항공재벌 갑질 근절 시민 행동 촛불 문화제에서 날린 종이 비행기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