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병역 브로커” 팀 동료들에게 '군 면제' 선물한 스포츠 선수 5명

2019-01-26 19:40

합법적 병역 브로커로 꼽히는 대표적 선수들을 모아봤다.

병역 브로커는 원래 군 복무 기피를 원하는 사람들을 돈을 받고 불법적으로 도와주는 범죄자를 뜻한다. 스포츠 팬들은 종종 병역 면제 혜택이 걸린 국제대회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합법 병역 브로커'라고 부른다.

단체 종목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다른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를 안겨주지만 불법이 아닌 합법적 방법이라는 뜻에서 붙는 별명이다.

합법적 병역 브로커로 꼽히는 대표적 선수들을 모아봤다.

1. 추신수

워싱턴 = 로이터 뉴스1
워싱턴 = 로이터 뉴스1

추신수 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괴물 같은 활약으로 팀을 금메달로 이끌었다. 추신수 선수는 당장 본인부터가 병역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당시 만 28세로 늦어도 다음 해에는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절실함이 통했던 탓인지 추신수 선수는 이 대회에서 최종성적 14타수 8안타 3홈런 3도루 10사사구 타율 0.571 출루율 0.750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 대회 금메달로 추신수를 포함해 모두 10명이 병역 면제를 받았다.

2. 이승훈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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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간판 이승훈 선수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거치며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승훈 선수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팀 추월 종목에서 후배 김철민, 주형준을 이끌고 은메달을 따내며 병역 혜택을 얻어냈다.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팀 추월 금메달로 당시 17세였던 김민석 선수에게 병역 면제를 안겼다. 평창 올림픽에서도 은메달로 대표팀 막내 정재원 선수가 병역 면제를 받게 됐다.

이승훈 선수는 지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메달 두 개를 따내며 스스로 면제를 이뤄냈다.

3. 이효정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여자 선수 중에도 '합법적 병역 브로커'로 꼽히는 선수가 있다. 여자 배드민턴 복식 에이스로 꼽혔던 이효정 선수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며 파트너에게 병역 면제를 안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이용대 선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신백철 선수가 파트너로 나서 병역 면제를 받았다.

이효정 선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효정 선수는 2010년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4. 홍명보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2002년 4강 신화 주역이다. 홍명보 전무는 당시 대표팀 주장이자 간판 수비수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대표팀 병역 면제를 직접 건의한 당사자로도 유명하다. 16강전이 끝난 후 라커룸을 찾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홍명보 전무는 "선수들 병역 문제를 특별히 신경 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군 면제를 받을 수 있었다. 홍명보 전무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상무로 입대해 병역 문제로부터 자유로웠지만 후배들을 위해 과감하게 말을 꺼낸 것이다.

이때 면제를 받은 박지성 해설위원,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후 자유롭게 해외 진출을 하며 활약할 수 있었다.

다만 월드컵 병역 특례 조항은 형평성 논란 속에 지난 2007년 폐지됐다.

홍명보 전무는 이후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지도자로서 대표팀을 이끌고 동메달을 따내며 선수들에게 군 면제라는 선물을 안겼다.

5. 이승엽

뉴스1
뉴스1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는 '합법적 병역 브로커' 전설로 꼽힌다. 이승엽 선수가 병역 면제가 걸린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며 수많은 동료와 후배 선수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혜택을 받은 선수만 해도 4~50명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정작 본인은 고등학교 시절 받은 팔꿈치 수술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승엽 선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일본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로부터 결승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에서는 5홈런 10타점으로 홈런왕, 타점왕에 오르는 활약으로 4강에 기여했다. WBC는 병역 면제가 걸린 대회는 아니었지만 2002년 월드컵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특혜를 줬다. 이 혜택은 지금은 사라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준결승에서 결승 2점 홈런, 결승전에서는 선제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전승 금메달에 기여했다.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