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뜨거운 밤” 법망 피해 10대들 유혹하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

2018-08-22 13:50

전체 채팅창에서는 성적인 농담이 오가기도 한다.

"첩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OO 계속 가세요. 몇 번만 가면 금방 얻을 수 있음"

"벗기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미녀 눌러서 OO하면 됨. 참고로 몸매는 OO이가 젤 좋음"

"ㅋㅋㅋㅋ벗기는 겈ㅋㅋ 일단 여러 명 얻으면 골라보는 재미가 있음"

중국 추앙쿨(CHUANG COOL)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한 모바일 게임 '왕이 되는 자' 채팅방에서 이뤄지는 대화다.

'왕이 되는 자'의 주된 목표는 주인공이 처첩을 거느리며 점점 세력을 넓혀나가서 입신양명을 이루는 것이다. 게임에선 처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력'을 사용해 처첩과 동침해 아이를 낳은 뒤, 이 아이를 타 유저 자녀와 혼인시켜 세력을 넓히는 식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늘린 첩들을 한 명씩 소환하면 옷을 입고 있던 미녀들이 속옷만 입은 채 화면에 등장한다. 10명이 훌쩍 넘는 첩들은 "왜 계속 안 오셨냐", "혹시 제가 싫어지신 거냐"고 묻기도 한다.

모바일 게임에서 소환할 수 있는 첩들 / 위키트리
모바일 게임에서 소환할 수 있는 첩들 / 위키트리

최근 이와 비슷한 스토리와 소재를 앞세운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이 국내 시장으로 물밀듯 들어오면서 '선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37게임즈의 '내가 왕이라면’, 홍콩 게임랜드의 '왕도: 32인의 여인’ 같은 게임에선 과거를 배경으로 '일부다처제'가 중요 요소로 등장한다. 모두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랭킹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모바일 게임에서 재미 요소로 등장한 '일부다처제'
모바일 게임에서 재미 요소로 등장한 '일부다처제'

문제는 10대들이 이런 게임들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출시 직후 '왕이 되는 자'를 다운받았다는 이모(13) 군은 "친구들도 다 한다"며 "나이 때문에 계정이 막히면 부모님 계정으로 가입해서 다운받는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사들의 모바일 게임 광고에서도 선정성 지적이 나온다. 한 광고엔 여성을 성 상품화한 장면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속옷만 걸친 여성들이 금액이 적힌 팻말을 목에 건 채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다.

경매에 나온 여성들을 표현한 모바일 게임 광고
경매에 나온 여성들을 표현한 모바일 게임 광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는 이런 게임 광고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는 이런 게임 광고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 캐릭터 옷을 벗기는 효과로 클릭을 유도하는 한 모바일 게임 광고
여성 캐릭터 옷을 벗기는 효과로 클릭을 유도하는 한 모바일 게임 광고

또 다른 게임 광고에는, 침대에 앉아있는 여성이 "왜 나리는 집으로 오자마자 이혼을 결심했을까?"라는, 불륜을 암시하는 듯한 질문이 나온다. 이어 "살인", "신고"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유튜브에서는 클릭으로 여성 캐릭터 옷을 벗기는 모바일 게임 광고가 등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게임들 평가란에는 "이 게임이 12세라는 게 황당하고 어이없다", "광고 이렇게 만들지 말라"는 항의 글들이 무수히 달렸다.

게임 평가란에는 광고 선정성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게임 평가란에는 광고 선정성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이런 게임들을 단속할 만한 뾰족한 규제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모바일게임은 사업자가 이용 연령 등급을 스스로 결정해 출시하는 '사후 심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게임사가 자사 게임에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3가지 등급 중 하나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인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게임사는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최대한 이용연령대를 낮추려 한다. 청소년 이용 불가가 될 법한 내용도 버젓이 청소년 이용 가능 게임이 돼 유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게임위는 '사후 심의' 결과 문제를 발견하면 스스로 위반 사항을 수정하도록 게임사에 '통지'한다. 그래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를 의뢰하거나 등급분류 결정 취소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왕이 되는 자'의 경우도 지난 4월 출시됐을 땐 '12세 이용가'로 출시됐다. 이후 게임 광고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17세 이용가로 조정됐다. 하지만 시정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 플랫폼이나 외국 게임 업체들은 정부 권고 사항이나 가이드라인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시정이 되지 않을 경우에도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shutterstock
shutterstock

모니터링 인력도 턱 없이 부족하다. 게임위 관계자는 "쏟아져나오는 게임들을 모두 모니터링 하는 건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유통된 모바일 게임은 50만 건에 이른다. 이 게임들에 부적합한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 하는 게임위 인원은 10명 남짓이다.

관계자는 선정적 게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10대들에 대해 "청소년들이 부모님 계정 등을 도용해 게임을 할 경우, 법으로 단속할 방법은 없다"며 "그래서 게임 등급 분류에 관한 선제적인 교육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위 등급분류 기준은 아래 표 참조>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