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현대·기아차 구축한 '정의선 인재수혈 전략 먹혔다'

2018-08-17 18:10

디자인 '변방'서 세계 3대 디자인상 휩쓰는 디자인의' 메카'로 '우뚝'

지난 6월 13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신차발표회 현장에 정의선 부회장은 코나가 새겨진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주목받았다. / 사진/현대차.
지난 6월 13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신차발표회 현장에 정의선 부회장은 코나가 새겨진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주목받았다. /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강남'과 '제네시스 사운드'는 각각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리테일 디자인과 사운드 디자인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강남'과 '제네시스 사운드'는 각각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리테일 디자인과 사운드 디자인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사진/현대차.

현대·기아차는 2000년대 들어 그들만의 고유 디자인을 구축한 후 세계적으로 명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자동차 불모지로 불리던 한국시장에서 '품질경영'으로 자리잡은 현대·기아차는 글로벌시장에서 세계 3대 디자인상을 휩쓸며 '품질'과 '디자인'이라는 두마리토끼를 모두 잡은 모습이다. 이제 자동차 선진국에서 조차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벤치마킹 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 같은 획기적인 변화의 뒤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디자인 기아'에서부터 시작된 디자인 혁명과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인 '뚝심'이 제대로 통했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평가다. 소위 전문경영진과 연구원 이외에는 억대 연봉자를 찾아보기 힘들 2000년대 초 당시 거액의 통큰 투자로 해외 유명 디자인 인재를 영입한 것이 이 같은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의 피터 슈라이어 그룹 디자인 총괄 사장 등 잇따른 글로벌 인재 영입 효과에 힘입어 최근 몇년 사이 현대차그룹은 다지인 수상 제조기로 통할 정도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글로벌 인재 수혈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룹은 최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18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자동차 부문에서 7개 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브랜드 '제네시스'를 포함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우수상만 3개를 석권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현대차의 승합차 ‘쏠라티 무빙호텔'. 이름 그대로 움직이는 호텔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사진/현대차.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현대차의 승합차 ‘쏠라티 무빙호텔'. 이름 그대로 움직이는 호텔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사진/현대차.
현대차가 2018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한 수소전기에너지 체험관 '파빌리온' . / 사진/현대차
현대차가 2018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한 수소전기에너지 체험관 '파빌리온' . /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2018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최우수상 1개와 본상 4개를 수상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운드 디자인 분야에서 수소전기에너지 체험관 '파빌리온'이 본상 2개를 차지했고, 쏠라티 무빙호텔은 최우수상에 이름을 올렸다. 필름&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2017 제네바 모터쇼 현대차 브랜드 홍보 영상'인 '파이어니어스 필름과 2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제작한 '세이프티 홀로그램'도 각각 클라이언트 자격으로 본상을 받았다.

'현대차 파빌리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기간에 운영된 수소전기에너지 체험관이다. 수소전기에너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감각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로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 쏠라티 무빙호텔은 커스터마이징 차량으로 지난 3월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진행한 '현대 X SM 무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올해 레드닷 디자인상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는 전세계 45개국에서 총 8600여개의 제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제네시스 강남'과 '제네시스 사운드'가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리테일 디자인과 사운드 디자인 분야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았다.

제네시스 강남'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독립형 전시관으로서 올해 1월 개장이후 누적 방문객 수가 1만명을 돌파했다. '제네시스 사운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대표하는 음향으로 한국의 전통 악기인 장구에서 영감을 받은 리듬을 활용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소리로 완성된 것이 특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로 독일 iF 디자인상 본상을 수상한 G70은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층 고급스럽고 역동적인 모습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로 독일 iF 디자인상 본상을 수상한 G70은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층 고급스럽고 역동적인 모습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출범한 첫 해인 2016년 레드닷 디자인상에서 EQ900로 장려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G80스포츠가 본상을 수상하는 등 3년 연속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레드닷 디자인상은 iF 디자인상, IDEA 디자인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독일 노르트하임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에서 주관하며 디자인의 혁신성과 기능성 등 다양한 핵심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매년 각 분야별 수상작을 결정한다.

앞서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은 독일 국제포럼디자인이 주관하는 ‘2018 iF 디자인상(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에서 본상 9개를 싹쓸이했다.

기아차 브랜드체험관인 BEAT 360이 실내건축(Interior Architecture)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2개 부문 본상을 수상했으며 현대차 쏠라티 무빙 스튜디오·i30 패스트백·코나, 기아차 모닝(해외명 피칸토)·스토닉·스팅어, 제네시스 G70이 제품(Product) 부문 본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 같은 오늘날의 성과는 정의선 부회장의 꾸준히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거물급 디자이너를 대거 영입하면서 '디자인 전략'은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 부회장은 30년 경력의 스타 디자이너 올렉 손(Oleg Son)을 중국기술연구소 기아차 디자인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올렉 손 상무는 PSA그룹(푸조시트로엥그룹)에서 고급차 브랜드 ‘DS’ 시리즈와 중국 현지 모델 등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만 스타 디자이너를 세명이나 영입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사이먼 로스비(Simon Loasby)를 중국기술연구소 현대차 디자인 담당 상무로, 지난해 9월에는 피에르 르클레어(Pierre Leclercq)를 기아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사이먼 로스비 상무는 10년 가까이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연구하고 이를 차량 디자인에 담아낸 스타 디자이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을 거쳐 200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상하이 폴크스바겐에서 중국 디자인을 총괄했다. 폴크스바겐의 중국 전용모델인 산타나(Santana), 뉴 라비다(New Lavida), 중국형 파사트(Passat) 등이 사이먼 로스비 상무의 손을 거쳤다.

피에르 르클레어 기아차 스타일링담당 상무는 슈퍼카 브랜드 자가토(ZAGATO)와 롤스로이스를 거쳐 BMW 고성능 차량인 M브랜드 총괄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중국 창청기차 디자인 총괄을 지냈다. 지난해 4월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하발 H6 신형 모델도 그의 작품이다.

피에르 르클레어 상무는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 윤선호 기아디자인센터장 등과 함께 중장기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내∙외장 디자인뿐 아니라 컬러디자인, 소재까지 전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을 담당한다.

home 김종훈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