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캔 1만원’ 수입맥주…낡은 주세법에 국내 맥주업계 '속앓이'

2018-08-07 09:00

기재부, "주세법 신중히 검토", 업계 "국내맥주산업 붕괴"

대형마트 등에서 수입맥주가 4캔에 1만원으로 저렴하게 판매되면서 국내맥주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형마트 등에서 수입맥주가 4캔에 1만원으로 저렴하게 판매되면서 국내맥주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들어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맥주업계와의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개선하자던 움직임인 맥주 종량세 개편도 불발되면서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7일 주류업계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논란이되고 있는 주세법 개정의 핵심은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주세의 과세방식은 크게 종가세와 종량세로 나뉜다. 종가세 방식은 가격을 기준으로 주세로 부과한다. 종량세 방식은 과세 단위를 부피 또는 용량에 두는 경우와 알코올 함량에 두는 경우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주세는 1968년 맥주, 청주, 소주가, 1972년 양주 및 탁주가 종가세로 전환하면서 주정 이외에 모든 주류가 종가세 방식이다. 제조원가와 국내 이윤, 판매 관리비(광고, 판촉비 등)를 더한 출고가 기준으로 72%의 세율을 적용해 과세한다.

이와 달리 수입맥주는 이윤과 판매 관리비를 제외하고 운임료, 보험료 등을 합해 세율을 매긴다. 대부분 완제품 상태로 반입돼 마진이 빠지는 구조다.

이를 두고 조세 형평성에 대한 요구가 일었지만 결국 종량세로의 전환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2019년 세법개정안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1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가운데 맥주 과세체계 개편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와 관련학계 전문가 등은 이번 결정으로 국내 맥주산업이 후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종수 충청주류 대표는 “앞으로 업체들은 국내맥주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 보다 해외 브랜드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려 할 것”이라며 “‘가격’ 경쟁 체제로만 간다면 국내 맥주 산업는 곧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발포주 시장 등 새로운 분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중소 수제맥주업체들은 힘들 것이다. 주세법 개정이 무산돼 우리도 아쉽다”고 전했다.

일자리 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내 맥주업체들이 위스키처럼 인건비가 저렴한 곳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해외 생산이 늘어나면 국내 생산직 일자리는 물론 내수 시장도 위축될 수 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는 “수입맥주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따라 산업적 붕괴가 올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맥주 1리터당 728.3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등 양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방식의 구체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가 종량세 변경과 관련한 지난달말 3차 입장문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진만 한국수제맥주협회 과장은 “수제맥주업체들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맥주 시장에서 매출기준 1%(출고량기준 0.4%)도 안 되는 점유율로 5000명이 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인건비에 주세가 포함되는 불합리한 구조로 인해 이제는 직원 고용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웅 기재부 세제실 환경에너지세제과 주무관은 "주세법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내년에 전환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며 "맥주만 종량세로 바꿔야 할지, 다른 주종도 함께 바꿔야 할지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home 권가림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