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 겪은 역사 드라마·영화 8편

2019-02-04 11:40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제작진은 왜곡 논란에 인물 배경을 수정하기도 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 역사 왜곡 설정으로 논란을 겪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완용을 모티브로 한 '이완익(김의성)'과 '구동매(유연석)'에 관한 설정이다.

제작진은 구동매 캐릭터의 소속단체와 인물 배경을 수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제가 국권침탈한 역사적 사실을 잘못 표현했다'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기 사극·시대극이었지만 역사 왜곡 논란으로 오점을 남긴 드라마와 영화를 살펴보려 한다.

1. 주몽

드라마 '주몽' 포스터 / 이하 MBC
드라마 '주몽' 포스터 / 이하 MBC

'삼둥이 아빠'로 알려진 배우 송일국 씨에게 스타라는 호칭을 안겨준 작품이 MBC 드라마 '주몽'이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고조선 멸망부터 고구려 건국까지 이야기를 배경으로 동명성왕인 고주몽의 일대기를 다뤘다.

당시 최고시청률 49.7%(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해당 작품이 '유화부인 설화', '고주몽 신화' 등을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 왜곡 논란은 두드러졌다.

주몽의 아버지로 등장한 해모수(허준호)와 금와(전광렬)이 친구였다는 설정이나 주몽과 소서노(한혜진)가 부여에서 만난 것, 부여의 왕자 대소(김승수)와 삼각관계라는 설정은 사서의 기록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어서 말이 많았다.

소서노의 호위무사 정도로 그려졌던 우태(정호빈)는 '삼국사기', '주서' 등 사서에 북부여의 왕족으로 '소서노와 결혼해 백제를 세운 온조·비류형제를 얻었다'고 적혀 있다.

드라마에서는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고 부여로 쳐들어가 부여가 멸망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실제 부여는 고구려 제3대 왕인 대무신왕 때 대규모 전쟁을 겪고 쇠퇴하기 시작했고 문자왕 3년인 494년 멸망했다.

'주몽'은 고증 문제도 많았다. 시대와 맞지 않은 복식은 물론 청동기 문화가 주를 이뤘던 부여에 철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수만 명의 병사를 지원할 식량 부대를 묘사하는 장면에 수레 몇 대만 등장한 것도 유명하다.

2. 기황후

드라마 '기황후' 스틸컷
드라마 '기황후' 스틸컷

지난 2013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기황후'도 역사 왜곡 논란을 겪었다. 하지원 씨가 주인공 '기승냥(기황후)' 역할을 맡아 방영전부터 큰 관심을 끈 작품이다.

해당 작품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주인공에 있었다. '고려사절요'에 나오는 기황후와 그의 오빠 기철 4형제는 "고려에서 패악을 일삼다가 쫓겨나자 원 황제에게 고려를 침공하라고 부추긴 인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공민왕도 기철 세력을 축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혁 정치를 시작했다. 기황후도 고려인으로 원 황제의 황후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지만 고려를 위해 일했다는 설정이 과했다는 평이 많다.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기황후는 공민왕을 폐하고 원나라에 있던 충숙왕의 아우 덕흥군을 왕으로 삼기 위해 1364년 고려 출신 장수 최유에게 명령해 고려를 공격한다.

주진모 씨가 맡았던 '충혜왕'도 논란이 많았다. 제작진은 논란이 되자 방송 직전에 '충혜왕'을 가상 인물 '왕유'로 바꿨다. 강직한 인물로 드라마에 나온 왕유와 달리 충혜왕은 한국 역사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다. 그는 새어머니와 장모, 대신의 아내 등을 겁탈해 폐위됐다.

3. 선덕여왕

드라마 '선덕여왕' 포스터
드라마 '선덕여왕' 포스터

'선덕여왕'은 지난 2009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다. 배우 고현정 씨의 방송 복귀작이면서 '한민족 최초의 여왕'인 선덕 여왕을 다룬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 중 하나로 '어출쌍생 성골남진(御出雙生 聖骨男盡)'이 나온다. 왕이 쌍둥이를 낳으면 성골, 왕족 남자의 씨가 마른다는 뜻이다. 주인공 덕만 공주(이요원)와 천명 공주(박예진)가 쌍둥이 자매로 나온다. '삼국사기'에는 쌍둥이가 아니라 첫째가 덕만, 둘째가 천명이라고 기록돼 있다.

드라마에 언급된 '선화공주'는 '삼국유사'에 나온 인물로 백제 무왕으로 알려진 '서동'과 서동요 설화에 등장한다. 선화공주는 1회에 언급만 되고 등장하지 않았다.

고현정 씨가 맡았던 '미실'은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화랑과 원화를 휘하에 두고 왕실을 좌지우지하는 인물로 나온다. '화랑세기'가 사서로 인정받아야 하는지 논란을 겪고 있고 신라 역사를 다룬 다른 역사서에는 '미실'이 등장하지 않아 존재 여부가 불문명하다.

김남길 씨가 연기한 '비담'은 실존인물으로 당시 최고위직인 '상대등'을 역임했다. 진지왕과 허구의 인물 미실의 아들로 설정한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인물의 나이에도 문제가 많다. 선덕여왕과 김유신(엄태웅)의 나이 차이가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부분, 장년인 김춘추(유승호)가 소년으로 나온 점, 43세에 요절한 진흥왕 역할에 이순재 씨가 캐스팅된 부분 등이 오류로 지적됐다.

4. 명성황후

드라마 '명성황후' 포스터 / KBS
드라마 '명성황후' 포스터 / KBS

2001년 방영된 KBS 드라마 '명성황후'는 주인공이 세 번이나 바뀌면서 큰 풍파를 겪었던 작품이다.

작품에서는 명성황후의 어린 시절부터 명성황후 시해사건 전까지 삶이 그려진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부른 OST '나 가거든'이 큰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도 영향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명성황후에 대한 미화가 심하다는 것이다. 극 중 명성황후는 최명길 씨가 말한 "내가 조선의 국모다"는 대사처럼 강직하고 나라만을 생각하는 인물로 묘사됐다.

황현의 '매천야록'에 따르면 "중전은 대원군이 10년간 쌓은 국부를 순식간에 탕진했다"라고 적고 있다. 실제 중전 민씨는 각종 이권을 서구 열강에 헐값으로 팔았고 정부 요직에 외척을 끌어들였다.

드라마에서는 묄렌도르프(이참)가 조선의 편에서 일하다가 일본 정부가 파견한 자객에 살해당했다고 나온다. 묄렌도르프는 청나라 이홍장의 부하로 조선에 들어왔고 임오군란 당시 살해당한다.

민씨가 받은 뇌물을 애국과 개화를 위한 자금, 일본의 눈을 피하기 위한 위장으로 묘사하면서 왜곡 논란을 부추겼다. 실제 민씨가 받은 뇌물들은 천연자원 채굴권을 외국에 팔아 받은 돈으로 알려졌다. 명성황후와 연관된 흥선대원군과 고종에 대한 미화도 심한 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5. 덕혜옹주

영화 '덕혜옹주' 스틸컷
영화 '덕혜옹주' 스틸컷

2016년 개봉된 '덕혜옹주'도 왜곡 논란이 일었다. 영화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써졌다. 고종의 마지막 옹주인 덕혜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배우 손예진 씨가 주인공을 연기했다.

작품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주인공 '덕혜'가 연설하는 부분, 독립운동을 도모하는 부분이다. 조현병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던 '덕혜옹주가 정상적으로 연설을 할 수 있었나'는 지적이 있다. 대마도 백작 소 다케유키(宗武志)와 결혼 후 일제의 감시를 받아 조선 사람과 접촉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친왕에 관한 묘사도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상해임시정부로 망명을 추진했던 의친왕 이강과 달리 영친왕 이은은 일제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다. 귀족으로 대우받은 것은 물론 일본 육군 장교로 복무하며 1940년에는 육군 중장에 오르기도 한다.

6. 군함도

영화 '군함도' 스틸컷
영화 '군함도' 스틸컷

영화 '군함도'는 '베테랑'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인정받은 류승완 감독 후속작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소지섭, 황정민, 송중기, 이정현 씨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하지만 개봉 후 관람객의 평점 테러가 이어졌다. 황정민 씨가 연기한 이강옥 역할이 가장 크게 지적받았다. 극 중에서 이강옥은 '생계형 친일파'로 그려진다. 당시 강제 노역의 참혹함을 표현하는 장치로 일본 정부 대신 조선인 친일파가 등장한다. 관람객들은 일제보다 조선인이 나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크게 비판했다.

영화 전개 방식을 지적하는 관객도 많았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군함도의 강제 노역을 다룬 '역사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어마어마한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탈출 영화'였다"라고 평가했다. 언론에서 실제 강제 노역 피해자와 인터뷰를 한 기사들이 공개되며 탈출 과정, 강제 노역 생활 장면에 고증 문제가 많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류승완 감독은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닌지 묻고 싶다"라며 역사 왜곡 논란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7. 야인시대

드라마 '야인시대' 스틸컷 / SBS
드라마 '야인시대' 스틸컷 / SBS

2002년 SBS 드라마 '야인시대'가 큰 인기를 끌었다. 김두한 역할을 연기한 안재모 씨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SBS 연기대상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뒷골목 주먹세계를 그린 이 작품은 김좌진 장군의 아들로 태어나 광복 후 정치 활동을 하는 장년 김두한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해당 작품은 한국 근현대사 드라마 중 가장 긴 회차로 방영됐다(총 124회).

드라마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주인공 김두한에 대한 미화 부분이다. 김두한이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을 하려다가 실패하고 조폭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관련 사실이나 증거가 불분명한 상태다.

드라마 시나리오는 소설 '야인시대'를 바탕으로 쓰였는데 원작보다 김두한에 대한 미화가 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본 야쿠자에 대항하기 위해 상인들의 돈을 받았다는 설정이나 조선인 상권을 지켜준다는 설정이 논란이 됐다.

김두한을 다룬 영화 '장군의 아들', 소설 '야인시대'에는 종로 주먹패가 조선인에게 강제로 돈을 징수하는 모습, '그들도 일본 야쿠자와 다름없었다'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드라마는 독립운동을 전면에 내세우며 돈을 갈취한 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두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광복 이후 김두한의 행보를 그리면서 미 군정이 정치를 잘못했고 좌익 세력이 날뛰었기에 우익들이 백색테러를 일으켰다는 묘사가 등장한다. 일부 독립운동가에 대한 묘사도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드라마에서 여운형, 김규식, 조봉암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 있다.

8. 명량

영화 '명량' 스틸컷
영화 '명량' 스틸컷

2014년 최고의 흥행 작품인 '명량'도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영화에서 극적인 묘사를 위해 사용한 장치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우선 명량대첩 직전 이순신(최민식) 장군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거북선을 불태운 후 도망가는 배설(김원해) 장군 장면이 논란이 됐다.

배설 장군의 후손인 경주 배씨 비상대책위원회는 "영화 '명량'에서 배설 장군이 왜군과 내통하고 이순신 장군을 암살 시도하는 등 허위 장면이 포함됐다"라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17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에게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게 해 배설 장군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작사와 김한민 감독 등을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등장한 백병전도 고증 오류라는 지적이 나왔다. '난중일기', '조선왕조실록' 등 사서에 따르면 당시 전투는 포격전으로 치러졌다. 김한민 감독은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의 장군 선이 일본군 안택선에 충돌하는 '충파' 장면과 백병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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