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서 유독 '예멘 난민 반대' 여론이 높은 이유가 뭘까 (+현장 인터뷰)

2018-06-27 17:40

예멘 난민 반대 이유로 일자리 침해와 치안 문제를 꼽은 20대들이 적지 않았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지난 25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구직 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지난 25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구직 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제주도 예멘 난민' 반대 여론이 20대에서 가장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tbs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지난 20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난민 수용 반대 응답은 49.1%, 찬성 응답은 39.0%로 각각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9%였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전체 연령대 가운데 20대에서 유독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높았다. 20대에서 반대 응답은 64.4%였다. 30대는 48.8%, 40대는 41.2%, 50대는 48.0%, 60대 이상은 45.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다.

예멘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20대들 생각은 실제로 어떨까. 지난 25일~26일 서울 신촌과 노량진 일대에서 20대들을 만났다.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입장과 이유를 무작위로 물었다.

모두 25명을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 가운데 17명이 답변에 응했다.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해 17명 가운데 11명이 반대, 6명이 찬성 입장을 각각 밝혔다. 찬반 비율을 퍼센트로 매겼더니 반대 의견이 64.7%였다. 공교롭게도 최근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예멘 난민 수용 반대 입장을 밝힌 20대들은 크게 자국민 일자리 침해, 성범죄 등 치안 문제를 우려했다. 특히 20대 여성 대부분은 치안 문제를 예멘 난민 반대 이유로 꼽았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신촌 거리 / 이하 손기영 기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신촌 거리 / 이하 손기영 기자

김모(여·20) 씨는 "치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물론 인도주의, 공동체주의를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난민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치안 문제 등 위험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여·22) 씨도 "최근 외국에서 난민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들었다"며 "난민 범죄를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지 아직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예멘 난민 반대 이유로 일자리 문제를 꼽은 20대들도 적지 않았다.

황모(27) 씨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취업하기 힘든데 무슨 예멘 난민들을 챙긴다고 그러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게네 중 몇몇은 정상적인 난민도 아닌 것 같다. 일자리를 구하러 한국에 온 것 같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자국민 일자리를 침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모(20) 씨는 "당장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지만, 5년~10년 뒤를 보면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한테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며 "난민들을 무작정 받아주는 것은 일자리 측면, 경제적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가 내리는 서울 노량진 일대 풍경
비가 내리는 서울 노량진 일대 풍경

예멘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20대들도 일부 있었다.

조모(21) 씨는 "국내에서 예멘 난민 범죄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이들을 범죄자처럼 생각하게 여론을 몰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예멘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것에 관대하지 않은 또래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모(27) 씨는 "찬성하는 이유는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다"라며 "물론 자국민 일자리 문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난민들이 할 수 있는 직종이 한정적이라서 국내 노동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문제와 비슷한 관점에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20대들 사이에서 예멘 난민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난민 지원단체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혜인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공보관은 "한국은 전쟁의 역사가 있고 아직 종전이 되지 않은 나라다. 국제 사회 원조를 과거에 받은 국가이기도 하다"며 "우리나라가 놓인 여러가지 상황을 봤을 때 난민 문제를 멀게만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신혜인 공보관은 예멘 난민에 부정적인 20대 여론에 대해서는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많이 오면서 인터넷이나 SNS로 사실상 잘못된 정보, 부정적인 여론이 많이 퍼졌다"며 "이 내용을 접하기 쉬운 연령층이 20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한 사무실에 '난민 신청(refugee application)' 팻말이 붙어있다 / 이하 뉴스1
제주출입국·외국인청 한 사무실에 '난민 신청(refugee application)' 팻말이 붙어있다 / 이하 뉴스1

현장에서 만난 20대 가운데 반대 입장을 밝힌 상당수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고 있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심지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인터뷰 도중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사람도 있었다.

이모(여·20) 씨는 "테러도 걱정되고 성범죄도 우려되고..."라고 말했다가 잠시 뒤 "아니다. 요즘 글로벌 시대다 보니까 찬성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다 같은 사람이고 우리가 예전에 도움을 받았으니까 지금은 도움을 줄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난민 문제는 사실상 처음 접하는, 낯선 사회적 문제다. 전문가들은 예멘 난민에 대한 20대들 걱정을 '반 난민 정서'로 단정 짓는 건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에 민감한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된 '막연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들은 다른 연령층보다 상대적으로 정보에 밝으니까 난민 문제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20대들이 치안과 일자리 부족을 우려하면서 난민을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온당한 태도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교수는 "그런 20대들 태도를 '반 난민 정서'로 간주하면 이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이를 구분해야 한다"며 "난민 문제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정부가 해소해야 한다. 합리적인 대책을 설명하고 데이터를 보여주고 그러면 '걱정할 일 아니네'라며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로7017'에서 난민 문화제가 열렸다. 한 난민이 '평화 상자'에 적힌 문구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로7017'에서 난민 문화제가 열렸다. 한 난민이 '평화 상자'에 적힌 문구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올해 들어 예멘인 549명, 중국인 353명, 인도인 99명, 파키스탄인 14명, 기타 국가인 48명 등 모두 1063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장기간 내전을 겪는 예멘인의 경우 난민 신청이 지난해(42명)에 비해 무려 11배 이상 급증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예멘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자 지난 1일 무사증 입국을 불허했다.

예멘인 등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난민 인정 심사'는 지난 25일 시작됐다. 인정 심사는 심사관과 통역직원이 개별적으로 심층 면접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날 예멘인 1명을 시작으로 난민 자격을 신청한 549명 가운데 제주에 있는 486명이 차례로 받게 된다.

심층면접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에 2∼3명만 심사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난민 신청 예멘인 486명에 대한 심사를 모두 마치려면 최소 6개월에서 최장 8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난민 신청 예멘인 63명은 법무부 출도 제한 조처가 내려지기 전 우리나라 다른 지역으로 간 인원이다. 이들은 체류하고 있는 해당 지역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심사를 받게 된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