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중 HIV 감염...앵무새 '몽실이'를 머리에 얹고 다니는 남성 (안타까운 사연)

2018-06-22 16:40

“몽실이는 내가 그 병 있다고 피하지 않는다. 색안경 끼고 보지 않고”

이하 SBS '궁금한 이야기Y'
이하 SBS '궁금한 이야기Y'

토끼와 앵무새를 데리고 다니는 한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SNS에서 관심을 모았다.

최근 SBS '궁금한 이야기Y'는 SNS에서 일명 '지하철 토끼남'으로 불린 임한태(47)씨 사연을 소개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대전역에서 임 씨를 마주쳤다. 임 씨는 "제 집에서 살면 다 기르고 싶은데 고시원에서 살다 보니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며 "주인이 동물 키우는 걸 싫어해서 팔던 집에 다시 돌려드리기도 하고. 지금은 얘(앵무새)만 키우고 있다. 얘가 저 죽지 않게 할 수 있는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새 이름이 '몽실이'라고 했다. 제작진이 동물들에게 정을 준 이유를 묻자 임 씨는 진단서 한 장을 보여줬다. 임 씨는 "길에서 쓰러지게 되면서 HIV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인 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지지 않아 에이즈에 감염되지는 않았다.

임 씨는 "몇 년 전 교통사고가 나면서 유리 파편이 목에 들어왔다"며 "그 당시 피를 많이 흘려서 급하게 피를 수혈 받았었다. 그러고나서 수술 끝마치고 있다가 차츰차츰 몸에 이상이 생기고 피 검사하고 그 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친했던 친구들, 지인들이 제가 이 이야기를 고백했을 때 차츰 밀폐된 공간에 (같이) 안 가려하고 한 냄비에 식사하는 것도 피하는 것 같고 그 일을 몇 번 겪고 나서는 친해지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친해졌다가 떠나가는 게 두려운 것 같다"고 했다.

상처 입은 임 씨를 달래준 건 앵무새 몽실이였다. 몽실이를 만나게 된 계기를 묻자 임 씨는 "제가 천애 고아인데 입양 됐었다"며 "어릴 때 생일상을 한 번도 못 받아봤고 사랑한다는 말도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양어머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임 씨는 중학생 때 집을 나와 공장에서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이후 양어머니는 임 씨와의 관계를 끊었다.

임 씨는 "제가 너무 힘들고 그래서 어느 날 산을 갔다. 목맬 나무를 찾아보다가 새 둥지를 봤다. 어미 새하고 새끼 새 노는 걸. 제가 한 사흘 동안 지켜봤다 그것만"이라며 "반성이 되더라. 무조건 양어머니 잘못이라고 그때 양어머니만 원망하고 그랬는데 내가 더 잘했으면 제 삶이 더 바뀌지 않았을까 싶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생각이 바뀌어서 남은 생이 있는데 내가 사랑을 못 받았으니까 내가 사랑을 주는 삶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했다"며 "근데 사람을 선택할 수는 없지않나. 제가 이 병이 있고 그러다보니. 몽실이한테 사랑을 쏟으며 남은 생을 살아가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임 씨는 "몽실이를 알게 돼서 몽실이 때문에 웃음 짓게 되고 머리에 이고 산책하러 가는 게 제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며 "얘는 내가 그 병 있다고 피하지 않는다. 색안경 끼고 보지 않고"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이 "HIV 보균자라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다루어도 되나. 새를 데리고 나갔을 때 진짜로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자 임 씨는 "괜찮다. 병에 걸린 건 사실이고 그건 저 자신이 이겨내야 하고 이거 걸렸다고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임 씨 상태를 본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치료가 잘 되어 있고 바이러스도 많이 억제돼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임 씨랑 손을 잡거나 같이 식사하거나 같이 침대를 써도 그렇고 같이 포옹해도 그렇고 일상생활을 통해 전파될 수는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감염인들에 대해 색안경 쓰지 말고 바라봐주길 바란다"며 "이 분이 에이즈를 옮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길에서 담배꽁초를 줍는 임 씨에게 제작진은 왜 청소를 하냐고 물었다. 임 씨는 "제가 지금 기초수급자다. 일해서 세금을 낼 나이인데 제가 오히려 세금으로 먹고사는 처지니까 너무 죄송하고 부끄럽고 그래서 이 몸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쓰레기를 줍는 게 제가 할 일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혹시 그를 만난다면 그저 따뜻한 미소를 건네달라.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이 훨씬 더 따뜻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