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만나는 '판문점 평화의집'을 미리 가봤다

2018-04-19 12:00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 평화의집은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지난 1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찾은 판문점 평화의집 / 이하 손기영 기자
지난 1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찾은 판문점 평화의집 / 이하 손기영 기자

'2018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판문점 평화의집이 지난 1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공개됐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판문점 프레스투어'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행사였다.

판문점은 1953년 7월 27일 6.25 한국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곳이다.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웨인 클라크,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이 협정에 서명했다. 국제 관례상 정전협정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한반도가 유일하다.

때마침 이날 청와대는 정전협정 체제를 종전을 선언하는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판문점에서 정례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분단의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판문점이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로 거듭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은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은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 평화의집은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건물 출입구는 파란색 천으로 가려진 채 공사가 한창이었다. 판문점에서 사상 처음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작업자들이 내부 시설 점검과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조만간 공사가 끝나면 북한 실무자들이 방문하고 남북 정상회담 리허설도 이뤄질 예정이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출입기자들에게 "평화의집 공사가 20일이나 하루 이틀 정도 더 해서 마무리되면 북한 선발대가 사실상 상주한다"며 "밤에는 북으로 돌아가지만 주간에는 상주하면서 체크 리스트를 갖고 점검하고 남북 간 리허설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관계로 청와대 기자들은 이날 평화의집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아쉬움은 컸지만 현장 군인들 통제에 따라 멀찌감치 떨어져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얼마 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역사적인 장소를 사진과 영상에 담으려는 기자들 손놀림이 분주했다.

평화의집은 판문점 우리 측 지역에 있는 남북 회담용 건물이다. 1989년 3층짜리 석조 건물로 지어졌다. 건물 1층에는 기자실과 소회의실, 2층에는 회담장과 남북회담 대표 대기실, 3층에는 대회의실과 소회의실이 있다. 판문점 북한 측 지역에도 통일각이라는 남북 회담용 건물이 있다 .

판문점 평화의집을 방문한 위키트리 손기영 기자
판문점 평화의집을 방문한 위키트리 손기영 기자

이날 '판문점 프레스투어'는 남북 정상회담을 지근거리에서 취재하지 못하는 상당수 기자들을 '위로(?)'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정상회담 당일 협소한 장소와 경호 문제 등으로 모든 기자들이 평화의집에서 취재를 할 수 없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일부 출입기자들이 공동취재단을 꾸려 현장 소식과 풍경을 취재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는 판문점 프레스센터와 별도로, 오는 26~28일 일산 킨텍스에 '메인 프레스센터(MPC)'를 운영한다. 위키트리도 MPC에 상주하며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할 예정이다.

판문점에는 '하늘색 건물'로 불리는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T1),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이 있다
판문점에는 '하늘색 건물'로 불리는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T1),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이 있다
이날 '판문점 프레스투어'에서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이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이날 '판문점 프레스투어'에서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이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등장해 잘 알려진 일명 '판문점 하늘색 건물'도 가봤다.

판문점에는 하늘색 건물이 모두 3개가 있다. 정식 명칭은 우리 측 지역에서 볼 때 왼쪽부터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T1),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이다. 이날은 T2 건물이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이들 건물은 군사분계선(MDL)을 관통하지만 남북이 공동으로 사용한다.

우리 측이든 북한 측이든 판문점에서 민간인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 T1 건물과 T2 건물 사이를 지난다. 군인은 T2 건물과 T3 건물 사이를 통과한다.

판문점에서 차량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 측 '자유의집(남북연락사무소가 있는 건물)' 오른쪽에 있는 도로를 지난다. 이 길은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소떼를 실은 트럭이 이용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지도자 중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김 위원장이 '한국 땅'을 밟기 전 판문점에 있는 어떤 길을 선택할지도 관심거리다.

(판문점에 대해 더 알아보자)

판문점 자리에는 과거 '널문리'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6.25 한국전쟁 당시 휴전회담 장소였던 개성 내봉장 부근이 잦은 전투로 위협을 받게 되자 1951년 9월 회담 장소를 널문리로 옮겼다.

당시 중공군 대표들이 회담장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인근 주막에 '판문점(板門店)'이라고 쓰인 간판을 걸어뒀다. 이때부터 판문점이라는 명칭이 쓰이게 됐다.

판문점의 판문(板門)은 '널문'이라는 지명을, 점(店)은 주막을 뜻한다. 현재 판문점 공식 명칭은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이다.

판문점은 종종 남북간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지는 곳이다. 1976년 8월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미군 2명이 북한군에게 살해된 도끼만행 사건이 발생했다.

1984년 11월에는 소련 관광 안내원 마투조크가 갑자기 귀순하면서 남북간 총격전이 발생했고 한국군 1명이 사망했다. 당시 북한군 피해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군 오청성 씨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하다 북한군 총격을 받고 부상을 당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