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하는 아이들”... 청와대 청원에 올라온 전국 수간 협회의 진실

2018-04-09 15:00

수간협회라는 게 한국에 실제 존재할까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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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확실히 어린 강아지들로 구해놨습니다"

지난달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페이스북 수간 모임자들 강력 처벌 및 반려동물 학대 법 강화" 청원이 올라왔다. "전국 수간 협회라는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청원자는 4000명이 넘는 전국 수간 협회 페이스북 그룹 회원들이 동물들을 강간한다고 주장했다. "체구가 작고 말도 못하는 아이들은 자궁파열이 일어나 피가 나서 피 말라죽어간다"고 덧붙였다.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모 대형 커뮤니티에 청원글이 공유됐다. 공유 게시물은 여러 커뮤니티 및 페이스북으로 옮겨가면서 대중들에게 확산됐다. 해당 청원은 9일 기준 8만 9000명 동의를 얻었다.

◈수간 협회 활동 사진?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 '수간 협회 활동 모습'이라며 몇 가지 사진들이 떠돌았다. 한 사진은 인터넷 게시물 캡처본이다.

이하 페이스북 '미투 대나무숲'
이하 페이스북 '미투 대나무숲'

다른 사진에는 "관계 도중 생식기에 피가 났다"며 빨간 액체와 함께 강아지 다리가 찍힌 모습이 비쳤다.

'수간 협회' 회원들끼리 동물과 장소를 공유하는 듯한 대화 내용 사진도 보였다. "이번에는 확실히 어린 강아지들로 구해놨습니다", "저는 대형견 해주세요" 등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이는 대중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며 여러 '수간' 관련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졌다. 영향력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들로 옮겨지기도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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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간 협회의 정체는?

익명의 제보자 A 씨는 위키트리에 "해당 사진들은 2016년에 나온 사진들이다. 이거 (수간협회 정체에 대해) 제가 당시에 좀 깊게 팠었는데"라며 전국 수간 협회에 대해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어린 애들이 이것저것 주제 바꿔가며 어그로(관심) 끄는 것"이라며 "사람들 반응이 재미있어서 수간 말고도 다른 커뮤니티나 개인을 목표물로 정해서 단체로 악플을 단다"고 말했다. 일종 '관심 끌기 놀이'라는 것이다.

"전국 수간 협회 존재와 관련 사진들이 다 가짜냐"라는 질문에 A 씨는 "그렇다. 댓글은 다 콘셉트다. 사진은 인터넷으로 상황에 맞는 거 찾거나 다른 방법으로 조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들에게 관심 주지 말자"고 덧붙였다.

그는 "2년 전 정보 공유 목적으로 페이스북 모 반려동물 그룹 활동을 했다"고 했다. 위의 피 흘리는 강아지 사진도 해당 그룹에서 어떤 여성이 도움을 구하고자 올린 사진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미투 대나무숲'
페이스북 '미투 대나무숲'

2016년 당시 위 사진들에 대해 조사를 했던 동물권 단체 '케어' 담당자도 '수간협회'라는 건 실체가 없다며 A 씨 주장이 맞다고 했다.

케어는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었으나 모두 가짜로 판명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수간 인증이라고 올라온 동영상도 중국에서 발생한 영상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수간 협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수간은 일반적인가

2016년 8월 미국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한 마리 이상의 개와 관계를 맺은 혐의로 집행유예 10년을 선고받았다. 가끔 외신을 통해 수간 관련 범죄가 보도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서양보다 폐쇄적인 성문화를 가진 유교 국가 한국은 어떨까? 수간을 하는 이가 있다고 한들 집단적으로 협회를 구성하여 집단으로 행해지는 문화도 존재할까.

우리나라 현행법상 수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수간을 하면서 동반되는 상해로 인한 동물 학대로 처벌받을 뿐이다.

경찰청 동물 학대 담당 백승제 경위는 “(수간 사건은 그냥 동물 학대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은 불가능 하지만 동물 학대 담당 부서 일원으로 있으면서 수간 관련 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확실히 2016년부터 2018년 3월까지 대한민국에서 '수간으로 인한 동물 학대'가 적발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청원으로 논란이 된 수간 협회는 8만 명의 우려와는 달리 거짓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생명과 성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는 문제점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home 서용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