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가온다. 눈이 녹고 꽃이 피는 시기다. 거리 여기저기서 밝고 경쾌한 음악이 들린다.
하지만 봄이 되면 더 예민해지거나 우울해지는 사람도 있다. 겨우내 차가운 날씨에 적응했던 몸이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와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해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뇌는 영향을 받는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회적인 요인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봄에는 진학, 취업, 승진 등 변화를 겪는 사람이 많다. 이 과정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심란한 기분에 시달릴 수 있다.
3월, 마음이 어수선한 독자를 위해 기자가 직접 '아련하고 슬픈 봄 음악' 목록을 준비했다. 심란할 때 억지로 경쾌한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자기 마음을 닮은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위로받자는 의미다.
1. 김정미 '봄'
나도 같이 떠가는 내 몸이여
저 산 넘어 넘어서 간다네
꽃밭을 헤치며 양 떼가 뛰노네
나도 달려 보네
생각에 잠겨 있구나 봄바람 불어오누나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봄 봄 봄 봄 봄이여
1973년 김정미 씨는 정규 5집 앨범 '나우(NOW)'를 발매했다. '봄'은 '나우' 수록곡이었다. 이 음반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표적인 한국 사이키델릭 록 음반'으로 호평을 받았다. 현재 이 음반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남아있는 음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미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71년 대한민국 '록 대부'로 불리는 가수 신중현(79) 씨 사단에 들어와 보컬 활동을 했다. 하지만 당시 박정희(1917~1979) 정권은 김정미 씨 노래를 퇴폐적이라고 낙인찍었다. 결국 김정미 씨는 1977년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떠났다.
2. 김윤아 '봄날은 간다'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2001년 가수 김윤아(42) 씨는 싱글 1집 앨범 '섀도 오브 유어 스마일(Shadow of Your Smile)'을 통해 '봄날은 간다'를 발표했다.
이 노래는 허진호(54) 감독 영화 '봄날은 간다' 동명 주제곡으로 쓰였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배우 이영애(46) 씨가 라디오 방송국 PD 은수 역을, 유지태(41) 씨가 음향 엔지니어 상우 역을 맡았다. 영화에서 겨울에 만난 은수와 상우는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면서 갈등을 겪는다.
3. 푸른새벽 '보옴이 오면'
삶은 조금씩 힘겨워져만 가는 걸
깨닫는 나이가 되고
난 가끔 울지 못해 웃어 보이고
가만히 고통을 껴안아요
2006년 인디밴드 푸른새벽은 2집 '보옴이 오면'을 발표했다. '보옴이 오면'은 해당 앨범 타이틀곡이다. 인간 내면 우울감을 잔잔한 멜로디로 풀어냈다.
4. 나카시마 미카 '연분홍빛 춤출 무렵'
2005년 일본 가수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34)는 '연분홍빛 춤출 무렵(櫻色舞うころ)'을 발표한다. '연분홍빛 춤출 무렵'은 벚꽃이 떨어지는 풍경을 애절한 분위기로 담아낸 곡이다. 이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많은 가수 및 일반인이 '연분홍빛 춤출 무렵'을 따라 불렀다. 영상은 태국 가수 툭타 자마퐁(Tookta Jamaporn)이 '연분홍빛 춤출 무렵'을 부르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5. Massive Attack 'Silent Spring'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은 1988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결성된 트립합 밴드다. 트립합은 1990년대 초반 영국에서 발생한 전자음악 장르 중 하나로, 음습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사일런트 스프링(Silent Spring)'은 어둡고 몽롱한 멜로디가 두드러진 곡이다.
6. Air 'Cherry Blossom Girl'
Tell me why can't it be true
왜 그게 사실이 될 수 없는지 말해주세요
프랑스 밴드 에어(Air)는 1997년 1집을 발매했다. '체리 블라썸 걸(cherry blossom girl)'은 곡 초반부 기타 반주가 두드러진 곡이다.
7. 박지윤 '4월 16일'
2009년 가수 박지윤 씨는 7집 앨범 '꽃, 다시 첫 번째'를 발매했다. '4월 16일'은 해당 앨범 수록곡이다. 한때 이 곡은 제목 때문에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와 연관이 있지 않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4월 16일'이라는 제목은 작사가가 개인적으로 붙인 것이다.
8. 마츠토야 유미 '봄이여, 오라'
'봄이여, 오라(春よ, 來い)'는 1972년 데뷔한 일본 가수 마츠토야 유미(まつとうやゆみ·63) 대표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힙합 가수 MC 스나이퍼(김정유·38)가 이 곡을 리메이크했다.
9. Simon & Garfunkel 'April Come She Will'
사이먼 앤드 가펑클(Simon & Garfunkel)은 1964년 데뷔한 미국 포크 음악 듀오다.
'4월이 오면(April Come She Will)'은 사이먼 앤드 가펑클 히트곡이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은 '4월이 오면'을 부르며 잔잔한 멜로디로 떠난 사랑을 이야기했다.
10. 에피톤 프로젝트 '봄날, 벚꽃 그리고 너'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는 작곡가 차세정(33) 씨가 솔로로 활동한 전자 음악 그룹이다. 한희정(37) 씨, 심규선(31) 씨 등 유명 보컬이 에피톤 프로젝트 음반에 객원 보컬로 참여했다.
'봄날, 벚꽃, 그리고 너'는 애상적인 멜로디로 인기를 끌었다.
11. DJ Okawari 'Flower Dance'
DJ 오카와리는 일본 작곡가이자 재즈 음악가다. 그는 2011년 3집 앨범을 통해 '플라워 댄스(Flower Dance)'를 발표했다.
'플라워 댄스'는 제목처럼 꽃들이 춤추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곡이다. 봄을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봄과 어울리는 곡으로 손꼽힌다.
12. 모리타 도지 '우리들의 실패'
따사로운 봄 햇살 속에서 그대 다정함에
묻혀 있던 나는 나약한 겁쟁이였어요
모리타 도지(森田 童子·65)는 일본 싱어송라이터다. 모리타 도지는 본명이나 활동기 이후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가수다. 그는 가련하고 음울한 미성으로 당시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1993년 일본 TV 드라마 '고교교사(高校教師)'에 모리타 도지 노래 '우리들의 실패(ぼくたちの失敗)'가 삽입됐다.
13. 랍티미스트 '라일락'
볼 수 없나 봐
맘이 멀어서 보이지 않나 봐
같은 곳을 걷던 그 길마저 흐려져
그대 향기만 남아
랍티미스트(이혁기·32)는 힙합 프로듀서 겸 래퍼다.
2011년 랍티미스트는 정규 3집 앨범 '라일락(Lilac)'을 발매했다. 앨범 타이틀곡 '라일락'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다. 봄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봄에 피는 꽃인 라일락을 소재로 했다.
14. 안예은 '달그림자'
그리운 나의 사람 나의 빛과 숨아
다시 볼 수 없음에
어지러운 봄날 아지랑이 같은 사람
홀로 되뇌인다 너의 눈동자
안예은(25) 씨는 2015년 SBS 음악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5'에 참가해 개성 있는 노래를 선보인 싱어송라이터다. '달그림자'는 안예은 씨 자작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