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 팬 축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8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4일(현지시각) 미국 LA서 열린다.
'아카데미'는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시상식이다. 전년도에 발표된 미국 영화와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1927년 시작한 시상식은 올해로 90회 째다.
1. '미투' 물결
지난해 10월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67) 성 추문 스캔들로 할리우드가 발칵 뒤집혔다. 배우 알리사 밀라노(Alyssa Milano)는 '미투 해시태그(#Metoo)'를 제안했다. 이후 영화, 드라마 시상식에서 '미투' 운동과 '위드유(With You)' 운동이 계속됐다.
지난 1월 그래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 2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검은 드레스 행렬이 이어졌다. 시상식에 참여한 배우들은 '미투'에 동참하는 의미로 검은색 드레스를 착용했다.
미국에서는 배우 더스틴 호프만(Dustin Lee Hoffman·78),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 Fowler·58), 스티븐 시걸(Steven Seagal·65) 등 많은 영화계 종사자에 대한 폭로가 나왔다.
2. 거장과 초보가 만났을 때 (영화 '더 포스트')
지난해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71) 감독의 '더 포스트(The Post)'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 '더 포스트'는 미국판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리는 '베트남 전쟁 보고서' 보도 사건에 대해 다뤘다.
각본을 담당한 리즈 한나(Liz Hannah·33) 작가는 거장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Tom Hanks·61), 메릴 스트립(Meryl Streep·68) 등 베테랑 배우들과 작업한다는 제작사 통보를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각본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리즈 한나 작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작사를 방문했을 때 그저 밥값을 할 정도 원고료에 만족하려 했다"라고 밝혔다.
3. 뉴욕 타임스 기자들이 뿔난 이유는? (영화 '더 포스트')
영화 '더 포스트'는 1971년 뉴욕 타임스 '펜타곤 페이퍼' 사건과 워싱턴 포스트의 후속 보도 이야기를 다룬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까지 미국 정부가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 뒷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펜타곤 페이퍼'에는 통킹만 사건이 조작됐고 베트남 전 승리 가능성이 적은데도 여론몰이를 위해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통킹만 사건은 1964년 8월 2일 통킹만 해상서 미국이 북베트남 해군을 선제공격한 사건이다. 미국은 해당 내용을 조작 발표한 후 베트남 전쟁에 개입했다.
미국 언론 시사회 당시 뉴욕 타임스 기자들은 자사 선배들의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가졌다. 시사회가 끝나고 뉴욕 타임스 기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펜타곤 페이퍼 사건은 뉴욕 타임스 보도로 시작됐다. 뉴욕 타임스 기자들은 작품에서 워싱턴 포스트가 해당 보도를 주도한 것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4. '성덕' 감독이 되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기예르모 델 토로)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53)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멕시코 감독 3인방 '3 Amigo' 중 한 명이다. 그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Alejandro Gonzalez Inarritu·54), 알폰소 쿠아론 (Alfonso Cuaron·56)에 이어 멕시코 출신으로 감독상에 도전한다.
그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퍼시픽 림', '헬보이' 등 판타지 영화에서 메가폰을 잡아왔다. 이번에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로 감독상에 올랐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영화 팬 사이에서 '성덕(성공한 덕후)'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 적부터 기계와 괴물, 특이한 생명체를 좋아했고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의 집에는 직접 그린 스케치와 괴물, 기계 등 다양한 피겨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어린 시절 느꼈던 공포를 영화 소재로 삼았다.
작품은 소련과 미국이 치열한 기술경쟁을 펼친 1960년대 미국의 한 연구실을 배경으로 한다.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와 괴생명체의 사랑을 담고 있다.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어린 시절 자신이 아닌 어른이 느끼는 공포와 판타지, 사랑을 작품에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5. 역대 최초 네 번째 오스카를 노린다 (영화 '팬텀 스레드' - 다니엘 데이 루이스)
다니엘 데이 루이스(Daniel Day Lewis·60)는 올해 아카데미를 끝으로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아카데미 90년 역사상 유일하게 남우주연상 3회 수상 기록을 세웠다.
그는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에 이어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47) 감독과 다시 한번 만났다. 작품에서 1950년대 활동한 유명 디자이너 레이놀즈 우드콕을 연기한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링컨', '데어 윌비 블러드', '나의 왼발'에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6. 신드롬을 넘어 오스카까지 (영화 '겟 아웃')
지난해 '겟 아웃(Get Out)'은 로튼 토마토 지수 99%를 기록했다.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는 미국의 대표 영화 비평 사이트다. 점수가 높을수록 호평받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겟 아웃은 백인 주인공 위주의 할리우드 영화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은 인종 차별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엄스)를 둔 주인공 크리스(다니엘 칼루야)가 여자친구 집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7. '할리 퀸'에 이어 '오스카 퀸'까지? (영화 '아이, 토냐')
트리플 악셀은 한국인에게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28) 씨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あさだまお·28)가 시도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마고 로비(Margot Robbie·28)가 주연을 맡은 영화 '아이, 토냐(I, Tonya)'에 토냐 하딩(Tonya Harding·47)과 트리플 악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토냐 하딩은 미국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다. 이후 낸시 캐리건(Nancy Ann Kerrigan·48)과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은반 위의 악녀'로 불리게 됐다.
마고 로비는 수어 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8. 아카데미 사상 최초 여성 촬영감독 후보 (영화 '머드 바운드' 레이첼 모리슨 감독)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여성 영화인이 강세다. 영화 '레이디 버드'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그레타 거윅(Greta Gerwig·35)과 영화 '머드 바운드(MudBound)'로 촬영상 후보에 오른 레이첼 모리슨(Rachel Morrison·39)이 주인공이다.
레이첼 모리슨 감독은 '초콜릿 도넛(Any Day Now)', '도프(Dope)', '블랙 팬서(Black Panther)'의 촬영을 담당했다. 촬영상 후보에 오른 영화 '머드 바운드(Mudbound)'는 2017년 제작된 역사 영화다. 힐러리 조던 동명 소설 '치욕의 대지'를 원작으로 한다.
9. 올해 당신의 귀를 정화한 노래는? (주제가상 부문)
아카데미 주제가상 부문은 음악 팬들도 관심을 두는 분야다.
지난해는 라라랜드의 '시티 오브 스타즈(City of Stars)'가 선정됐다. 올해는 머드바운드 '마이티 리버(Mighty River)', 코코 '리멤버 미(Remember Me)', 위대한 쇼맨 '디스 이즈 미(This Is Me)',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미스터리 오브 러브(Mystery Of Love)', 마셜 '스탠드 업 포 섬씽(Stand Up For Something)'이 후보에 올랐다.
음악상 후보 중에는 덩케르크의 한스 짐머(Hans Zimmer·60)가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10. '어른이'를 깨울 올해의 애니메이션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아카데미는 애니메이션 부문을 매년 단편과 장편으로 나눠 시상하고 있다.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리 언크리치(Lee Unkrich·50) 감독의 '코코'와 도로타 코비엘라(Dorota Kobiela) 감독의 '러빙 빈센트'가 유력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코코(Coco)'는 멕시코 명절 '죽은 자들의 날(Day of the Dead)'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에서 주인공 미구엘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를 만지게 되고 죽은 자의 세계에 들어간다. 이 작품은 백인 사회가 아닌 멕시코를 배경으로 해 주목받았다. 디즈니와 픽사의 만남, 아이들에게 사후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점 등에서 관심을 끌었다.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는 빈센트 반 고흐 죽음 1년 후를 다룬다. 주인공 아르망은 아버지 부탁으로 빈센트의 죽음을 뒤쫓는다. 영화 속 장면은 전문 화가들이 '밤의 카페 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에' 등 고흐 작품 130여 점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10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6만여 점의 유화를 새로 그렸다. 실제 작품에 컴퓨터 작업과 유명 배우 더빙으로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