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구를 위한…” 빙상연맹 행정착오로 올림픽 출전 무산된 노선영 선수

여자 팀추월 대표팀 일원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설 예정이었던 노선영(29·콜핑팀) 선수가 빙상연맹 행정착오로 출전 무산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한빙상연맹은 국제빙상연맹(ISU)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규정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ISU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팀추월에 출전하는 선수는 개인 종목 출전권도 획득해야 한다. 팀추월 대표팀 선수 중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는 매스스타트에서 개인종목 출전권을 확보했고 노선영 선수만 1500m 예비 2순위에 들어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팀추월 대표팀은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권이 주어진다. 빙상연맹은 이와 관련, ISU에 "개인종목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가 한 명도 없을 경우에 어떻게 되는지" 지난해 10월 문의했다.

빙상연맹에 따르면 ISU는 '기준기록만 통과하면 팀추월 자동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빙상연맹은 이를 토대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메달 가능성이 큰 팀추월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ISU는 "팀추월에 출전하는 3명 모두 개인종목 출전권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빙상연맹에 통보했다. 노선영 선수는 출전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노선영 선수는 선수촌 퇴촌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노선영 선수는 국내 1500m 랭킹 1위다. 지난 23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노선영 선수는 "(개인 출전권을 따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개인 종목에 집중했을 거다. 여태 팀추월 훈련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스포츠월드는 이 사태가 빙상연맹이 ISU규정을 '오역'한 데서 비롯됐다고 25일 보도했다. 빙상연맹이 처음 규정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올림픽 엔트리에 포함된 스케이터들과 팀들은 일반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문장을 아예 해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반 규정'이란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 하더라도, 팀추월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추려면 개인종목 출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노선영 선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노진규 선수의 친누나다. 노진규 선수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중 골육종 진단을 받고 투병 끝에 2016년 사망했다. 노선영 선수는 "동생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겠다"고 평창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밝힌 적 있어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4일 노선영 선수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고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 나는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