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창문 개방했다면 한 사람도 살지 못했을 것” 현직 소방관이 쓴 글

2017-12-26 17:30

제천 화재 당시 '2층 창문을 깨지 않아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직 소방관이 입장을 밝혔다.

제천 화재사고 현장 / 연합뉴스
제천 화재사고 현장 / 연합뉴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2층 창문을 깨지 않아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직 소방관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SLR 클럽'에는 "현직 소방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10여 년 간 소방관으로 근무했다는 이용자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제 40살 3남매 아빠다. 소방관 10년 차이지만, 화재, 구조, 구급, 행정, 119종합상황실 전부 근무해봤다"며 "소방에 관련된 뉴스를 보면 아직도 많은 분들이 소방관에 대해 제대로 잘 모르기에 알려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글쓴이는 먼저 이번 화재 사고에서 논란이 된 '2층 창문 개방'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사고 발생 후 일각에서는 2층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유리창을 일찍 깼더라면 더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글쓴이는 "백드래프트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면서 "백드래프트는 이번 화재처럼 개구부가 없는 건물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창문 파괴로 산소가 급격히 유입되어 폭발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소방관 살인현상이라 부른다"며 "발생 즉시 현장에 있는 소방관들은 그 폭굉현상으로 즉사한다. 화재 현장에서는 방화문도 대각선 방향에서 앉은 자세에서 조심스럽게 훔쳐보듯이 살며시 개방한다"고 했다.

글쓴이는 "창을 개방해도 백드래프트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2층에 있는 분들은 살아있지 않았을 거라 추정된다"며 "우리 뇌는 3분만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도 생존하지 못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공기호흡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소방관도 농연 속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구하는 게 구조 원칙"이라면서 "2층 창을 개방하면, 바로 산소가 유입되고 건물 전체로 불길이 돈다. 그럼 그 당시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분들은 수천 도의 가스불을 아래서 피워올리는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이어 "2층 창문 미개방은 진압 대장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단언한다"며 "2층 창을 개방했다면, 아마 건물에서 단 한 사람도 살아서 못 내려왔을 거다. 철골조 건물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무너졌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불이 나고 목숨 바쳐서 진화한 대원들을 욕할 것이 아니라, 불을 낸 사람을 혼내주고 나무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면서 "소방관도 사람이다. 본인의 안전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소방관의 마음은 유족보다 더 애가 탔을 거다. 구하고 싶은 마음은 유족들보다 더 간절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2일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에서 2층 목욕탕에서만 20명이 숨졌다. 출입문은 사실상 고장 난 상태였으며 비상구는 철제 선반으로 막혀 있어 시민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후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은 구조 활동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 15대 차량에 일시에 화염이 붙어 맹렬한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제일 먼저 LPG 가스통 불타고 있는 차량 화재 진압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런 부분 때문에 2층 유리창 파괴는 실질적으로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또 분출된 화염과 녹염으로 사다리를 전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2~4층 인명 구조를 위해서는 1층에 있는 화재요인부터 진압하면서 진입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home 김보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