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내게로 와 피를 쏟았다” 시청자들 울린 이국종 교수 비망록

2017-12-17 14:20

“으스러진 뼈와 짓이겨진 살들 사이에서 생은 스러져갔다”

이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지난 16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이국종 교수 '비방록'이 공개됐다. 이날 방송은 '칼잡이의 비망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권역외상센터의 처참한 현실을 전했다.

101장짜리 이국종 교수 비망록에는 권역외상센터에서 벌어지는 일과 그의 심정 등이 담겨 있었다.

이국종 교수는 "밤은 환자들의 비명으로 울렸다. 그들은 죽음을 달고 내게로 와 피를 쏟았다. 으스러진 뼈와 짓이겨진 살들 사이에서 생은 스러져갔다"며 "내게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늘 긴박했고 산다해도 많은 경우 장애가 남고 후유증의 위험이 도사렸다. 승리가 담보되지 않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어쩌면 병원은 이런 과 하나쯤 상징적으로 내세우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것이 병원의 살아남는 방도 중 하나였는지도 몰랐다"며 "내게 맡겨진 보직은 외상외과 자리였고 그것이 내 밥벌이였다. 난 죽지 않아도 될 이들이 살아나가는 법을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정착시킬 수 없는 나의 업에 스스로 부끄러웠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국종 교수는 비망록에서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이 교수는 "관료나 정치인들은 1년이 멀다 하고 현재 자리에서 떠나거나 보직이 변경되기 마련이고 각종 학회나 개별기관들도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 움직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먼 앞날을 내다본다고 하는 것은 그저 그렇게 하는 척 할 뿐이다. 다 자기 자리에서 먹고 살자고 할 뿐 진정성은 없다"며 "그래서 보건의료 정책은 여태껏 헛돌았고 앞으로도 계속 헛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국종 교수는 총상 사고 이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한 귀순병사 오청성 씨를 떠나보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채널A 단독 인터뷰에서 심정을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군 병원으로 옮겨진 오청성 씨를 향해 "한국 사회에 잘 뿌리를 내리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수원 오 씨'로 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