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가사에 실제 장소가 나올 때가 있다. 아는 장소가 나오면 괜히 반갑다. 작사가가 해당 장소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 상상하게 된다.
서울은 대중가요 가사에 자주 등장한다. 대도시인 만큼 많은 사람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일까.
서울을 배경으로 한 노래를 모아봤다.
1. 광화문연가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에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에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1988년 가수 이문세(58) 씨가 발표한 노래다. 노래 가사에 덕수궁 돌담길, 정동길, 광화문 네거리가 나온다. 서정적인 가사가 눈길을 끈다.
2004년 가수 이수영(38) 씨가 '광화문 연가' 리메이크 버전을 공개했다.
2. 종로에서
회기로 향하던 쓸쓸한 플랫폼에서
서성이던 모습 보이지 않고
허전한 빈 공간 속을 걷고 있는
너의 모습 생각해봤어
1993년 밴드 오월(5月) 1집 타이틀곡이다. 제목에 종로, 가사에 회기가 나온다. 화자는 종로에서 회기로 향하는 플랫폼에 서 있다.
2002년 여성 듀오 JS가, 2008년 가수 솔지(허솔지·28)가 리메이크를 시도했다.
3. 서울살이는
서울살이는 조금은 외로워서
친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은 조금은 어려워서
어디까지 다가가야 할지 몰라
(중략)
광화문 계단 위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면
사람들 수만큼의 우주가 떠다니고 있네 이 작은 도시에
가수 오지은(36) 씨가 2013년 발매한 정규 3집 '3' 수록곡이다. 앨범 발매 당시 오지은 씨는 이 노래에 대해 "서울이라는 커다란 도시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애쓰며, 반짝반짝 빛을 내고 사는 반딧불 같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연가"라는 평을 남겼다.
오지은 씨는 '서울살이는' 뮤직비디오에 서울 풍경을 담았다. 오 씨는 종로, 시청, 한강, 교보문고 등 곳곳을 휴대폰으로 직접 촬영했다.
4. 양화대교
우리 집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Taxi Driver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가수 자이언티(김해솔·28)가 2014년 발표한 곡이다. 자이언티는 이 곡을 통해 어린 시절 추억과 가족애를 이야기했다.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양평동를 잇는 양화대교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2015년 2월 자이언티는 이 노래로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 & 소울 부문 상을 받았다.
5. 서울의 찬가
처음 만나고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1966년 가수 패티 김(김혜자·79) 대표곡 중 하나다. 작곡가 고 길옥윤(1927~1995) 씨가 만들었다. 1960년대 말 서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경쾌한 리듬이 특징이다.
이 노래는 LG 트윈스 응원가로도 쓰였다. LG 트윈스는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팀이다.
6. 혜화동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밴드 동물원 2집 수록곡이다.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길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음반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속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이 노래가 나왔다. 제목은 '혜화동 (혹은 쌍문동)'이었다. 가수 박보람(23) 씨가 노래를 불렀다.
7. 소격동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 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날 떠나는 날 사실 난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 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예요
가수 서태지(정현철·45)가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을 통해 발표한 곡이다. 당시 가수 아이유(이지은·24)가 부른 버전도 함께 나왔다.
8. 나침반
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
차라리 청량리로 떠날까요
많은 사람 오가는 을지로에서
떠나버린 그 사람을 찾고 있어요
가수 설운도(이영춘·59)가 1984년 발표한 곡이다. 가사에 종로, 명동, 청량리, 을지로 등이 나온다. 떠나버린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1996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에 이 노래가 나온다. 바요킹 족이 고길동과 마이콜을 잡아간다. 마이콜은 죽기 전에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바요킹은 크게 감동하며 마이콜을 살려주라고 말한다. 고길동은 자기도 살고 싶은 마음에 '나침반'을 부른다. 바요킹은 "저질이다"라며 고길동 노래를 혹평한다.
9. 서울역
많은 사람이 붐비는 기차역
떠난 사람과 떠나 보내는 사람
인파 속으로 이리저리 밀리며
떠나야 하는 그대 얼굴 보네
가수 예민(김태업·51)이 1990년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아에이오우' 수록곡이다. 서울역 인파 사이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내용이다.
10. 일탈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밴드 자우림 정규 1집 '퍼플 하트(Purple Heart)' 수록곡이다. 20년 넘게 '자우림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평이 쏟아지는 명곡이다.
1997년 당시 이 노래는 가사가 파격적이고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11.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
신문을 사려 돌아섰을 때 너의 모습을 보았지
발 디딜 틈 없는 그곳에서 너의 이름을 부를 땐
넌 놀란 모습으로 음 음 음
이 노래에 나오는 '시청'이 어느 도시 시청인지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서울 시청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시청역은 1974년 개통 당시 '시청앞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 1983년 현재 역명인 '시청역'으로 바뀌었다. 부산 시청역은 1985년 개통 당시 '연제역'으로 불렸다.
12. 쓸쓸한 서울, 노래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 전화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기는 했는데
별다른 할 일도 없어 그냥 이렇게
서울 구경 참 많이도 다녔네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1973~2010) 1집 리패키지 앨범 수록곡이다. 제목처럼 쓸쓸한 가사가 특징이다.
13. 서울야곡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
쇼윈도 글라스에 눈물이 흘렀다
(중략)
보신각 골목길을 돌아서 나올 땐
찢어버린 편지에는 한숨이 흘렀다
'서울야곡'은 1950년 나온 대중가요다. 해방 이후 서울 거리가 떠오르는 곡이다.
우리나라 대중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킨 가수 고 현인(1919~2002) 씨가 불렀다. 이후 수많은 가수가 '서울야곡' 무대를 선보였다.
14.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밤새 켜두었던 TV 소리 들려
햇살 아래 난 늘 행복한 기억
넌 지금 뭐 하고 있을까
가수 토이(유희열·46) 6집 '땡 큐(Thank You)' 수록곡이다. 가수 윤하(고윤하·29)가 보컬을 맡았다. 일기예보를 듣고 상대를 그리워하는 화자 마음을 담은 곡이다. 맑은 날씨와 대비되는 쓸쓸한 마음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토이는 "이 노래를 만들고 가창력을 가진 어린 친구가 노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하를 보게 됐는데 너무 잘할 것 같아 접촉을 시도했다"라고 밝혔다.
15. 서울
높은 빌딩 숲 그사이 어딘가
나지막이 울리는 노래 소리
이효리 씨는 기자간담회에서 "광화문 촛불 시위에 참여했을 때 이 곡을 썼다. 내가 살던 고향 '서울'이 안쓰럽고 아련했다"라고 말했다.
이효리 씨는 '서울' 무대에서 현대무용을 선보였다.
16. 이화동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 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에피톤 프로젝트가 2010년 발매한 앨범 '유실물 보관소' 수록곡이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가수 차세정(33) 씨 중심 1인 밴드다. 가수 한희정(38) 씨가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17. 서울은 흐림
서울은 흐림
시간은 느림
추억은 그림
그대는 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