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는 그렇지 않아" 성소수자 기독교인 이야기

2017-08-16 16:50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기독교인도 예외는 아니다.

기독교인 정예은(가명·28) 씨는 3년 전 '그 날'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2014년 정 씨는 서울 한 대형교회에서 열린 찬양 집회에 참석했다. 목사는 설교를 시작하며 '에볼라 바이러스' 이야기를 꺼냈다. 세계가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에 떨던 시기였다.

목사는 "에볼라가 동성애 때문에 발생했다"라며 "동성애자를 위해 기도하자"라고 말했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는 얘기였다. 하지만 목사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교인들이 '통성 기도'를 시작했다. 교회는 이내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 정예은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 씨는 바이섹슈얼이다.

"고통스러웠어요.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죠. 수천 명에 둘러싸여 저를 부정하는 말을 듣는 느낌을 아시나요? 바로 옆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겠지만..."

◈ "숨이 막힌다" 기성 교회에 지친 성소수자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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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 성소수자들이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한국 기독교 주류는 성소수자 이슈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퀴어문화축제 때마다 기독교는 맞은 편에서 대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선거철마다 동성애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집단도 기독교였다.

레즈비언 기독교인 김찬미(23) 씨는 모태 신앙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교회를 다닌 부모는 아이 이름을 '찬미'라 지을 정도로 신앙이 깊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김 씨는 자신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김 씨는 지속적인 불안 장애에 시달렸다. 부모님이 동성애를 '정신 질환'으로 봤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딸이 동성애자인 걸 알지 못한다.

김찬미 씨는 어느 날 어머니가 외출에서 돌아와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어머니는 김 씨 손을 잡고 "오늘 동성애자를 위해 기도하고 왔어, 그 사람들에게 돌 던지면 안 돼"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집에서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거나 마음이 불안정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으니 이해해야 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동성애자를 '사랑받지 못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어머니가 두려웠다.

임우종(24) 씨는 어릴 때부터 경기도에 있는 침례교단 대형교회에 다녔다. 시에서 가장 큰 교회였다. 유년기부터 만난 친구 대부분이 교회 신자였다. 임 씨는 2015년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임우종 씨는 성적 지향을 확립한 이후 교회 친구들과 멀어졌다.

“제가 다닌 교회는 동성애자가 치료 대상이라고 가르쳤어요. 친구들은 그걸 받아들였고요. 친구들 사이에서 존엄성을 지킬 수 없었어요. 물론 저도 친구들과 멀어진 게 속상해요. 근데 어쩔 수 없잖아요"

임우종 씨는 어느 순간 교회도 나가지 않는다. 임 씨는 '마이 웨이' 신앙생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이 교회 네트워크를 무시하기란 힘들어요. 대형교회 커뮤니티는 아주 체계적입니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청년부 등 생애 주기에 따라 커뮤니티가 끝없이 이어져요. 어릴 때부터 교회 친구가 인맥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님끼리도 친하고요. 청년부에서 혼인 대상을 찾기도 합니다"

이나율(가명·32) 씨는 바이섹슈얼 기독교인이다. 남자와 사귈 땐 주변에 알리지만 여자를 만날 땐 비밀로 한다. 교회 사람들은 이나율 씨가 성소수자란 사실을 모른다. 교회에서 이나율 씨를 괴롭히는 사람도 딱히 없다. 이나율 씨는 "그런데도 숨이 턱턱 막힌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6월 이나율 씨는 페이스북에서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나율 씨는 별생각 없이 '좋아요'를 눌렀다. 신난 마음에 프로필 사진도 '무지개'로 바꾸었다. 다음날 이 씨는 교회 친구에게 장문 카톡을 받았다.

"괜히 교회 사람들하고 트러블나면 어떡하냐. 다른 건 몰라도 프로필 사진이라도 바꿀 수 없겠냐. 그런 내용이었어요. 걔 딴에는 저 걱정한다고 말해준 건데..."

◈ '성평등' 헌법 조항 신설 반대하는 한국 교회

한국교회교단장회
한국교회교단장회

동성애 문제가 정치적, 법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국 교회는 성소수자를 인정하거나 배려하는 법안 통과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 소위원회 문건 내용이 경향신문을 통해 단독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개헌특위는 헌법 제36조에 성평등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개헌특위는 "일반적 평등원칙 규정과 별개로 성평등 조항을 만들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다. 지난 1월 출범한 개헌특위는 지속해서 '양성의 평등'이라는 문구에 대한 수정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 개헌특위 소위원회 회의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 주체를 '남자와 여자'가 아닌 '개인'으로 전환하자는 발언도 나왔다.

기독교계는 '성평등' 조항 신설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이라는 말이 남자와 여자 외 다양한 성적 지향을 보장하므로 동성혼 합법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측은 국민일보 기고문에서 "동성애 문제가 대한민국 헌법에까지 들어가려고 한다,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한국교회교단장회는 성평등 의제를 담은 개헌특위 결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교회교단장회는 "가정은 한 남자와 한 여자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며, 자녀를 건강하게 출산 양육하면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이게 곧 국가 미래다"라며 "'양성평등'에 기반을 둔 헌법 조항을 '성평등'에 기초한 조항으로 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주장했다.

교회교단장회는 차별금지를 다룬 제11조 개정안에 대해서는 "동성애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며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국민들 양심과 표현, 학문과 종교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게 분명하다"라고 비난했다.

헌법 개정 반대를 넘어 아예 동성애자 배제 의사를 밝힌 교단도 있다. 지난달 24일 예장합동은 헌법개정안 3조 '목사의 직무'에 '본 교단 교리에 위반된 동성애자 세례와 주례와 또 다른 직무를 거절할 수 있고 목사 권위로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넣어 논란이 됐다. 헌법개정위는 "동성애, 여권 신장 등 사회적 변화에 맞서 우리 교단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대안 교회, 해방 신학' 돌파구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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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규 기자
전성규 기자

모든 기독교 교단이 한국 기독교 주류 움직임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지난 7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한신대학교 소속 일부 진보적 신학 단체들은 '한국교회 에큐매니컬 젊은 기독인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교회교단장회 입장에 반대하는 성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성평등, 성정의라는 단어는 세계교회가 공식적으로 채택하여 사용하는 명칭이며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한국사회 내 가부장적 패권주의가 이러한 퇴행적인 결정을 낳았다"라고 규탄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실장은 예장합동 '동성애 추방' 규정을 두고 “한국 기독교 역사상 가장 문제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이번 사례는 한국 기독교가 얼마나 배타적이고 퇴행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기독교 내 성소수자 혐오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결혼제도는 근대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기독교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자녀를 낳아 구성되는 이른바 '정상가족'을 부각해왔어요. 그게 성경이 말하는 일반적인 모델이니까. 기독교가 성소수자만 혐오한 게 아니에요. 한때는 이혼 가정도 배제했죠. 이처럼 기독교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많은 사람을 차별해왔습니다"

임보라 목사는 기독교가 지금처럼 지속해서 소수자와 약자를 차별할 경우 성도가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임보라 목사는 "보수 기독교에 지친 젊은 세대가 '수평 이동'을 선택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수평 이동은 교인이 출석 교회를 옮기는 현상을 말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친목을 이유로 대형 교회로 옮기는 교인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이사나 전입을 이유로 교회를 옮기는 교인도 있다. 일부 교인은 동성애 등 사회 이슈에 대한 가치관을 기준으로 새 교회나 교파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의정부시에서 '예장 합동' 소속 교회를 다니던 예술노동자 소망(29) 씨는 지난 4월부터 평신도열린공동체인 새길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새길교회는 성도가 함께 예배를 드리는 초교파적 교회다. 그리스도 복음 정신에 따라 가난하거나 고통받는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닐 수 있다.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 새길교회 성도들은 종종 ‘사랑 설교’를 하며 성소수자 이야기를 꺼낸다.

7살 때부터 교회 생활을 했던 소망 씨는 자라면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큰 고민을 해본 적 없었다. 소망 씨는 대학교 때 기독교 동아리 활동을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동아리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성소수자 기독교인인 친구도 있었다.

“그때부터 한국 교회가 사회 문제에 취하는 입장을 유심히 봤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낮은 곳에 있는 자를 도왔잖아요. 교회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소수자 문제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로뎀나무그늘교회는 한국 최초 성소수자 교회다. 1996년 기독교 동성애자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던 교인들이 만나 교회를 세웠다. 20년 역사 동안 다양한 교파와 교회에서 넘어오는 성소수자 성도를 받고 있다. '성소수자 수평 이동' 선례인 셈이다.

로뎀나무그늘교회 아론 회장은 "우리 교회로 넘어오는 분들은 '생존' 목적이 크다"라고 말했다. 아론 회장은 "기존에 다니던 교회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존중받고 삶을 공유할 수 없었기에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교회를 찾아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학을 근거로 보수 기독교에 대항하는 움직임도 있다. 해방 신학, 여성 신학 등 진보 성향 신학 연구자들이다. 이들은 성경 재해석에 관심이 많다. 보수 기독교가 동성애자 차별 근거로 일부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 때문이다.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자기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라는 레위기 구절이 대표적이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실장은 성경을 근거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논리가 '문자주의'라고 지적한다. 문자주의란 시대나 문화적 맥락을 제외하고 단편적 문장에 집착해 글을 읽는 태도를 말한다.

“역사는 해석자가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지금 보수 개신교가 주창하는 문자주의에는 그런 노력이 없어요. 폭력적이고 배타적이죠. 보통 '성경'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저는 '성서'라고 표현해요. 성서는 책입니다. 독서는 독자에게 매번 새롭게 다가와야 해요"

그는 성경이 동성애를 금지한다는 이야기가 일종의 "페이크 뉴스"라고 주장한다.

“레위기는 기원전 7~6세기로 추정돼요. 아무리 늦게 봐도 기원전 5~4세기를 넘어가지 않고요. 이 시대에 동성애는 사회적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동성애가 문제가 된 건 서기 4세기쯤입니다. 그것도 성서가 아닌 로마 귀족 사회 내부에서 나온 문제였고요. 한국 기독교는 성서가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성서 전체에서 몇 개 안 되는 구절을 색출해 억지를 부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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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신자 홍혜은(29) 씨는 "한국 기독교는 자기가 믿고 싶은 부분만 골라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레위기에 동성애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특정한 음식을 먹지 말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근데 이건 안 지켜요. (웃음) 보수 기독교가 겉으로 보기엔 아주 엄격하고 문자주의를 신봉하는 것 같잖아요. 실은 따르고 싶은 부분만 따르는 거예요.

한때 교회는 성경을 근거로 노예제를 찬성하고 여성을 차별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노예제나 여성 차별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편견에서 사람들이 깨어나고 있잖아요. 동성애자 차별만 고수할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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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이단이지" 대안 교회 공격하는 기성 기독교

주류 교단 목회자들도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감리교단 소속 김 모 목사는 "성소수자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개신교인은 주로 기성세대"라며 "젊은 세대는 인식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한국 교회는 각종 적폐를 떠안고 있어요. 젊은 신자는 줄어들고 있고요. 이때 만만하고 힘없는 대상이 성소수자거든요. 성소수자 혐오에 편승해 내부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봐요. 목회자들도 알 사람은 다 알아요"

김 목사는 인터뷰 도중 실명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교단이 동성애 반대에 동참했다는 이유였다. 김 목사는 "우리 교단이 성소수자 인권을 말하는 목사를 이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소수자와 연대한다는 이유로 보수 기독교로부터 이단 공격을 받은 목사가 있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다. 앞서 예장합동은 임보라 목사가 퀴어 성서 주석 번역본 발간에 참여한 사실을 문제 삼아 '이단성 조사' 공문을 보냈다.

지난 9일 진보 성향 교인이 모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여성위원회는 "성소수자 목회는 '예'와 '아니오', '찬성'과 '반대'로 답할 수 없으며 기독교 신앙에는 멸시와 차별을 허물라는 가르침이 있다"라고 밝혔다. 여성위원회는 "사랑을 실천한 임보라 목사가 이단 시비에 내몰린 한국 교회 현실이 참담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향린교회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은 하나님 언어가 아니다, 혐오로 담합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라며 예장합동을 규탄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기독교 단체가 같은 기독교인에게 공격받는 경우도 흔하다. 로뎀나무그늘교회 아론 회장은 퀴어퍼레이드 때마다 시비에 휘말린다고 털어놓았다.

“퀴어문화축제마다 교회 부스를 열어요. 부스 방문자들에게 ‘기독교가 반드시 누굴 혐오하고 차별하는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 본질은 그게 아니다’ 말해주고 싶거든요. 그럼 보수 기독교 사람들이 우릴 찾아와요. ‘아니, 왜 교회가 여기에 있어요?’라고 물어요"

아론 회장은 그럴 때마다 “교회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퀴어문화축제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아론 회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보수 기독교를 규탄했다.

"오늘날 예수는 어디에 있을까요? 적어도 지금 한국 교회엔 안 계실 겁니다. 예수는 세리나 죄인, 약자의 친구니까요"

퀴어문화축제에 모인 진보 기독교인들 / 뉴스1
퀴어문화축제에 모인 진보 기독교인들 / 뉴스1

◈ 믿음 잃지 않는 이유 "예수가 그렇지 않아서"

보수 기독교만 성소수자 기독교인을 공격하는 게 아니다. 가끔 '같은 편'이라 여긴 사람이 비수를 꽂기도 한다. 이민현(가명·26) 씨는 성소수자 친구로부터 "네가 게이인데 교회를 나와야지 미련하게 왜 계속 다니고 있냐"라는 조롱을 들은 적이 있다.

성공회 신자 홍혜은 씨는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이 겨우 그 정도로 믿음이 흔들릴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시대적 한계가 있는 2000년 전에 태어난 예수를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운동가'라고 규정할 수는 없겠죠. 다만 전 예수가 지향한 삶의 태도와 방향성에 주목합니다. 예수는 항상 사고를 확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습니다. 차별받고 멸시받는 사람과 함께 했고요. 예수가 2017년 퀴어퍼레이드에 왔다면 어땠을까요? 반동성애 진영에 가서 화를 내지 않았을까요?"

홍혜은 씨는 "한국 교회가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반대하면 어때요, 나의 예수는 그렇지 않아!"라는 농담을 던졌다.

로뎀나무그늘교회 아론 회장은 여러 외부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취해야 할 방향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아론 회장은 예수를 '혁명가'라고 지칭했다.

"안식일에 사람이 물에 빠졌어요. 안식일에 쉬라는 계명 때문에 이 사람을 구하지 않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계명을 어기고라도 구하는 게 맞을까요? 예수가 바리새인 공격에 맞서 했던 질문입니다. 예수는 혁명가였어요"

전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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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