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음악가 양방언을 신촌에서 만나다

2017-07-14 17:30

지난 6월 서울 신촌 홍익문고 앞 길거리에서 음악가 양방언 씨를 만났다.

"내가 만든 곡이 혼자 걸어간다. 그리고는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 다른 스타일로 또는 다른 이들의 연주로. 아주 사랑스럽다. 오늘이 그런 순간이다"

지난 6월 서울 신촌에서 난생처음 피아노 버스킹 공연을 펼친 양방언 씨가 전한 소감이다.

양방언 씨는 피아니스트, 작곡가,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재일한국인 출신 음악가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식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영화 '천년학',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온라인 게임 '아이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2017년 제주 뮤직 페스티벌과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그가 오는 8월 25일과 26일 있을 '제주 뮤직페스티벌 2017'을 직접 알리기 위해 서울 신촌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양방언 씨가 신촌에 나타난다는 사실이 불과 몇 시간 전 공개됐지만, 현장에는 이미 많은 팬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곡을 전공한다는 대학생 홍영은 씨는 "양방언 씨가 버스킹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피아노 조율을 직접 하러 나왔다"고 밝혔다.

홍 씨는 양방언 씨가 오기 2시간 여전부터 '프론티어'를 치며 현장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약속한 시각이 되고 양방언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방언 씨는 팬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3집 앨범 수록곡 '프린스 오브 제주(Prince of Jeju)'를 연주했다.

그의 연주가 시작되자 길을 지나던 일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프린스 오브 제주'가 끝나고 한 팬은 직접 화답 연주를 선보였다.

본인을 '피아노 치는 공대생'이라 소개한 이정환 씨는 양방언 씨 6집 앨범 수록곡 '위시 투 플라이(Wish to Fly)'를 선보였다. 연주를 지켜보던 양방언 씨는 즉석에서 화음을 맞춰 합주를 선보였다.

즉석에서 팬과 함께 연주를 선보인 양방언 씨

공연 직후 이정환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연주할 수 있어 꿈만 같았다"며 "원작자 앞에서 곡을 바꿔서 쳐도 되나 했는데 정말 많이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연주를 끝낸 양방언 씨는 "내가 만든 곡은 스스로 걸어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 눈앞에 다른 스타일로 또는 제가 아닌 다른 분들이 연주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첫 버스킹 공연을 끝낸 양방언 씨와 인터뷰를 나눠봤다.

- 난생처음 해보는 버스킹을 신촌에서 했다. 이전에 신촌에 와본 적이 있나?

신촌은 1999년 한국에서 처음 공연했을 때 숙소가 연세대학교 안에 있었다. 학교 안에 숙소가 있으니 심심해서 밤에는 신촌에 나와서 술도 많이 마셨다. (웃음)

- 오늘 연주한 곡은?

'프린스 오브 제주'라는 곡이다. 저희 아버지 고향이 제주도다. 제가 38살 때 처음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오늘처럼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고 그 느낌을 담아서 만든 곡이다.

- '프린스 오브 제주'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제주 뮤직 페스티벌'까지. 양방언 씨에게 '제주'란 매우 특별한 의미인 거 같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항상 제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셨고 그걸 들으며 자랐다. 처음 제주에 갔을 때 '고향이 이렇게 좋은 곳이구나'를 느꼈다.

'제주라는 곳에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해서 5년 전부터 '제주 뮤직페스티벌(제주 판타지)'를 시작하게 됐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좋은 점 같다

재일교포 1세대인 양방언 씨 아버지는 일본 사회에 정착하기까지 큰 어려움을 겪었고, 자식에게 대물림되지 않기 위해 양방언 씨가 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양방언 씨는 음대 진학을 원했지만 아버지 뜻대로 니혼의과대학에 진학하고 마취과 의사가 됐다. 하지만 1년 후 병원을 그만두고 음악하는 삶을 택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음악 하기를 주저했던 많은 청년에게도 그는 특별한 존재다. 이에 길 한복판에서 진행된 인터뷰지만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현장에서 받은 질문들이다.

- 작곡하신 곡이 많은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는다면?

현재 만들고 있는 작품이 가장 애착이 있다. 만든 후에 음악들은 혼자 걸어간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나 행사에서 만든 곡이 혼자 걸어가서 다시 제 앞에 나타난다. 그때가 아주 사랑스럽고 다시 애착이 가는 순간이다.

- '프론티어'나 '프린스 오브 제주'처럼 퓨전 음악이 유명하다. 하지만 6집 앨범 '타임리스 스토리(Timeless Story)'는 완전히 색깔이 달라진 거 같다. 계기가 있는지?

재밌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를 퓨전음악으로 유명하신 분'이라고 말하는데 충격을 받는다. 퓨전음악 아티스트라는 평가를 받으면 '아 그래요? 누가요?' 그런 느낌도 든다.

'프론티어'와 '프린스 오브 제주'에 국악기가 들어간다. 하지만 저는 국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 음악이 이렇게 좋구나', '이런 자랑스러운 음악이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만든 건데. 이 곡들 역시 혼자 걸어갔다.

한국에서 초기 음악 활동을 하다가 다시 원점(이전부터의 일본에서의 활동)으로 돌아간 게 6집 '타임리스 스토리'다.

- 작곡하실 때 가장 영감을 많이 받는 부분은?

'마감'이다. 마감 직전에 가장 많은 영감이 떠오른다. 솔로 음악을 만들 때는 마감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영상 작품, 행사 음악 등을 만들 때는 반드시 마감이 있다. 그렇다면 계획을 세운다. 음악을 만들기 위해 영상이나 그림을 보거나 하면서 영감을 얻으며 노력을 한다. 그렇지만 가장 큰 영감은 '마감'이다.

- 새로운 게임 음악을 작곡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 온라임게임 대국이다. 거기서 들어온 대작 게임 음악을 2곡 만들고 있다. 6월 말까지 완성되고 공개될 거 같다.

양방언 씨는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을 이어간다. 7월 도쿄 에비스에서는 2인조 기타 밴드 데파페페와 함께 'UTOPIA'N COLORS'라는 공연을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8월 25일(금)과 26일(토) 양일간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엘리시안 제주 리조트에서 열리는 '제주 뮤직 페스티벌 2017'에서 데타페페, 바버렛츠, 제주소년 오연준 군 등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양방언 씨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제주 뮤직 페스티벌 2017'은 전인권밴드, 국카스텐, 딘, 제시, 에일리, 페퍼톤스, 10cm 등이 출연한다.

* 영상 제작 = 위키트리 비주얼팀

* 기획·구성= 김수진

* 촬영 = 전성규·신희근·이예나

* 디자인 = 김이랑

* 편집 = 신희근·김수진

home 김수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