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거부, 탈세, 갑질... '몸살' 앓는 블로그 마켓

2017-06-15 15:30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미지 입니다 / shutterstock 최근 블로그 마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미지 입니다 / shutterstock

최근 블로그 마켓이 각종 논란을 빚고 있다. 블로그 마켓 업체들의 사과문과 해명글도 잇따르고 있다. '블로그 마켓'이란 SNS이나 포털사이트에 상거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블로그를 말한다. 주로 공동 구매 대행이 많다. 인터넷 쇼핑몰에 비해 창업 비용이 적어 최근 많은 이들이 운영에 뛰어들었다. 일부 블로그 마켓은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억대는 우습게 버는데 세금은...?"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네이트 판에 "블로그, 인스타그램 같은 SNS 마켓을 이용하지 말라"라는 글이 올라오면서다. 글쓴이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켓에서 판매되는 물품들 대부분이 탈세"라며 "현금 수익은 본인 스스로 세금 신고할 때 기입하지 않으면 국세청에서 절대 모른다. 그렇게 탈세한 돈으로 명품사고 외제차 끄는 거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간혹 카드결제를 해주는 곳이 있지만 그런 곳도 구매자가 수수료를 따로 내야 된다. 카드 결제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현금결제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지난달 25일 네이트 판에 올라온 'SNS 마켓 탈세' 폭로글

해당 글은 무수한 댓글이 달리며 급속히 퍼져나갔다. 많은 이들이 카드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하거나 현금 영수증을 발급해 주지 않는 대다수 블로그 마켓들 운영 방침을 성토했다. 해당 블로그 마켓에 몰려가 항의도 시작했다.

블로그 마켓 업체들은 황급히 대응에 나섰다. 소비자에게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게 한 한 업체는 "불법인 줄 몰랐다"고 발을 뺐다.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한 사실이 없다", "현금결제와 카드 결제 금액이 동일하다" 등과 같은 해명글을 올리는 마켓도 있었다. 별도 해명이나 사과 없이 아예 문을 닫는 곳도 생겼다.

현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70조)상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카드 결제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하게 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현금 영수증 발급도 의무 사항이다.

논란을 촉발한 네이트 글에는 마켓 운영자 대부분이 '간이과세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다는 내용도 있다. 간이과세제도는 매출액 4800만 원 미만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부가가치세 신고 편의와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매출액이 2400만 원 미만이면 부가가치세는 면제된다. 1~4%대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10%대인 일반과세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글쓴이는 "공구 판매자들 억대는 우습게 버는데 간이과세자가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매출액 4800만원이 훨씬 넘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예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마켓들도 많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지난 5월부터 블로그 마켓을 운영 중인 A(여·30)씨는 "요즘은 소비자들이 더 똑똑하다. 마켓 연다고 사진 올리자마자 다들 사업자 신고했냐고 묻더라.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 바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라며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마켓을 운영하는 몇몇 비양심적인 판매자들 때문에 블로그 마켓 자체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질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국세청 전자세원과 관계자는 "SNS를 활용해 사업성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상행위를 하는 경우,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불법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 중인 마켓의 경우 제보나 신고가 접수되면 확인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수천수만 개의 SNS 마켓이 있기 때문에 모든 마켓에 대한 사업자 등록 여부 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 "피해 발생해도 묵인하는 이상한 문화"

블로그 마켓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대학생 B(여·25)씨는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다. 블로그 마켓으로 원피스를 샀다가 소매가 뜯어져 있는 불량 상품을 받았다. B씨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마켓 운영자는 '소재 특성상 어쩔 수 없다', '사전에 교환,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고지했다'는 이유를 들며 거부했다. B씨는 "계속 항의를 해 봤지만, 운영자는 오히려 나를 무개념 진상 고객으로 몰고 갔다. 싼 가격을 이유로 고객 피해가 발생해도 묵인하는 이상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라고 전했다.

네이버에서 '블로그 마켓'으로 검색하면 39만 5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 네이버

실제로 서울시 전자상거래 센터에 접수된 블로그 마켓 피해 신고는 2014년 100여 건에서 지난해 890여 건으로 3년 새 약 8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블로그 마켓(SNS 쇼핑몰)의 '청약철회 거부 또는 지연'으로 발생한 소비자 피해만 213건에 달한다. 네이버 블로그가 98건으로 가장 많았고, 카카오스토리(89건), 네이버밴드(26건)가 각각 뒤를 이었다.

소비자가 청약철회를 요구한 사유로는 '품질 불량' 61건, '광고내용과 다른(소재, 디자인 등) 제품 배송' 43건, '사이즈 불일치' 41건이 접수됐다.

블로그 마켓을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C(여·28)씨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와 연결되어 있다 보니 자주 보게 된다. 사진에 혹해서 샀다가 몇 번 실패했다. 교환이나 환불이 안된다는 리스크가 크다. 저렴하다는 점에서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산 건데, 다른 사이트에서 더 싸게 파는 걸 발견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블로그 마켓'은 SNS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판매자와 소비자간 소통이 활발히 일어난다. 인기 블로그 마켓의 경우 한 게시물당 수천 개 댓글이 달린다. 가격, 배송 등 물건에 대한 정보는 비밀 댓글로만 알 수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 일상을 공유하고, 1:1로 친근하게 매칭된다는 점에서 젊은 층들에 인기가 높다. 올해 6월 기준으로 '블로그마켓' 관련 게시물은 39만 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대다수 블로그 마켓들은 "블로그 마켓 특성상 교환, 환불이 불가하다"는 판매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주문 수량에 맞춰 상품을 가져오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켓 운영자들이 재고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블로그 마켓 운영자 A씨는 "대부분 공구를 진행하면, 딱 주문량에 맞춰 물건을 가져온다. 교환이나 환불이 많이 발생할 경우 고스란히 운영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불량인 경우나 꼭 필요한 경우, 교환, 환불을 해주고 있다. 법적으로도 의무화되어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국내 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물품 수령 후 7일 이내에는 무조건 교환·환불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관련 법규는 있지만 그 수가 워낙 많아 일일이 단속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피해 줄이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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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에서 주로 이뤄지는 블로그(SNS) 마켓은 '개인 간 거래'로 분류된다. 마켓 운영자가 사업자등록을 했는지,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 몫이 된다.

한 변호사는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SNS 마켓 피해 사례를 법률적으로 살펴보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길거리 노점에서 돈을 주고 물건을 안 받아오는 것과 똑같다. 해결을 위한 1차적인 방법은 소보원, 공정위, 국세청 같은 관공서에 피해 접수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운영자 정보가 가려져 있을 경우 민사 소송이나 형사 고소까지 가기 힘들뿐더러, 대부분 소액 피해이기 때문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법정 소송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신동열 과장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거나 신원정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SNS 마켓의 경우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현금 결제를 강요하고 환불을 안 해줄 경우 시정명령, 과태료, 과징금 등 조치를 취한다. 또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쇼핑몰은 '민원 다발 쇼핑몰'로 지정해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네이버 등 포털 업체에 검색 금지를 의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서 통신판매신고 사업자 여부 확인하기 ▲청약철회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쇼핑몰과 거래하지 않기 ▲가급적 신용카드 할부 결제하기 ▲현금 결제 시 '에스크로' 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 쇼핑몰 이용하기 등을 소비자 주의사항으로 제시했다.

SNS 마켓 이용 중 피해를 봤을 경우에는 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된다. 신용카드 결제 거부나 현금영수증 미발급·발급 거부를 한 업체는 국세청 사이트에서 신고할 수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