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전국의 오래된 구멍가게를 그려온 작가가 있다.
이미경 작가는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전국 구석구석 작고 낡은 구멍가게를 찾아가 그림을 그렸다.
이 작가는 구멍가게 작업 20년을 기념해 그동안 펜으로 그린 수백 점의 구멍가게 작품 중 80여 점이 담긴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을 지난 2월 출간했다. 이 책에는 이미경 작가가 풀어낸 구멍가게 이야기와 펜화가 담겼다.
이 작가는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게로 전북 군산시 문화동 '석치상회'를 꼽았다. 현재는 사라진 가게다.
이하 이미경 작가 제공
이 작가는 2008년 두세 평 정도 아담한 외형에 반해 찾아간 '석치상회' 주인 할아버지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주인 할아버지는 팔순이 넘으셨었고, 처음 보고 '신선' 같은 느낌이 들어 놀랐어요. 원래 도시에 살다가 마흔 무렵 고향에 와 가게를 하셨다고 했어요. 마흔이면 한창 나이잖아요. 그런데 할아버지를 보니 삶이 참 행복하셨겠구나라는 생각이 그분 얼굴에서 나타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가게 내부를 보여주시는데 너무 깨끗해요. 가게 앞도 깨끗하게 빗질이 돼 있고. 나무 진열장이 자줏빛으로 반짝반짝하게 빛났어요. 등산객들을 위해 매달아 두던 삶은 달걀도 있고, 잠깐 뵙던 거지만 그 할아버지가 항상 기억에 남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림 다 그리면 다시 찾아뵙겠다는 말을 남기고 찾아가지 못했어요. 그런데 전시회를 하던 중 그쪽 지역에 사시는 분이 '석치상회'를 안다면서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찾아보니 가게는 다 허물어졌고. 되게 커다란 고목 두 그루가 있었는데 다 베었더라고요... 이제 아무것도 없이, 있었었는지조차 모르게 사라졌더라"며 아쉬워했다.
이미경 작가가 전한 전국의 구멍가게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