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화예고 학생 교복 입히고 성폭행하겠다” 협박글에 학교 임시 폐쇄

2017-02-02 22:00

페이스북 페이지 '선화예고 뉴스피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선화예술고등학교 학생을 납치해

페이스북 페이지 '선화예고 뉴스피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선화예술고등학교 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학교 측이 시설 임시 폐쇄를 결정했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자신을 39살이라고 밝힌 한 남성 사용자 글이 올라왔다. 그는 자신이 "신용불량자에 빚만 1억이 넘고 인생이 재미가 없다"며 "좋은 자동차를 빌렸는데 평소 꿈을 실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화예고 정문까지 자동차를 끌고 가 마음에 드는 아이를 납치해 태운 다음 창고에서 교복 입힌 채로 인정 사정 안 봐주고 (성폭행)하겠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이날 SNS에서 퍼져나갔다.

페이스북 페이지 '선화예고 뉴스피드'에도 익명 제보가 올라왔다. 제보자는 "이거 보면 공유 많이 해주고 학교 밖으로 나가지 말자"고 말했다. (☞ 링크 바로가기)

선화예고는 상황을 파악한 후 이날 오후 학생들에게 공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선화예고는 문자에서 "우리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납치 위해를 가하겠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서에 접수돼 안내하오니 안전지도에 특별희 유의 바란다"고 말했다. 선화예고는 "오는 2월 3일부터 5일까지 학생 안전을 위해 실기실, 도서관, 교실, 운동장 등 전체 시설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일 선화예고 고광구 교감은 위키트리에 "학교로서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최대한 취했다"며 "경찰도 협조해서 학교 시설 안전을 위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교감은 "학부모들에게도 이와 같은 사실을 잘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선화예고 재학생 김 모 군 제공

선화예고 재학생 제공

이날 서울 광진경찰서 상황실은 위키트리에 "신고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선화예고 뉴스피드'에도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 사진이 올라왔다.

선화예고 학생들은 협박 글 내용에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일 밤 선화예고 2학년 김 모 군, 3학년 김 모 양, 1학년 정 모 군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자 : 상황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김 모 군 (이하 김) : 처음에는 트위터를 하다 우연히 사태를 파악했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담임 선생님께 연락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오늘 우연히 출근하셨다가 교감 선생님과 함께 경찰서에 갔다고 합니다.

기자 : 글쓴이에 대해서 밝혀진 바가 있습니까. 김 : 제가 듣기로는, 경찰에서 아이피를 추적했는데 서울 거주자로 나왔다고 합니다. 자세한 주소는 저도 모르겠어요.

기자 : 평소 학교 시설은 개방이 잘 돼 있습니까.

김 : 원래 휴일에도 학교 시설은 잘 열려 있습니다. 실기실 같은 경우 휴일에도 이용하는 학생들이 있으니까요. 일단 6일이 개학이라 그 후 일정은 모르겠지만, 5일까지는 학교를 닫아놓는다고 합니다.

기자 :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 인터넷에는 워낙 이상한 사이트도 많고 이상한 글도 많이 올라오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서 쌔하고 불안합니다.

기자 : 네. 직접 '선화예고'를 특정해 언급한 게 마음에 걸리네요.

김 : 우리 학교 정문은 어린이대공원 후문이라 유동인구가 많거든요. 후문은 되게 후미지므로 작정하고 후문으로 오면 더 위험합니다.

기자 : 친구들 반응은 어떤가요.

김 : 학교 친구들 몇몇이 있는 단체 카톡방이 있는데, 소름 끼친다는 분위기입니다.

기자 : 평소에도 선화예고 학생들이 이런 종류 성적 대상화를 당하는 경우가 있나요?

김 : 네. 인터넷에 '선화예고 남녀' 뭐 이런 것만 검색해도 그래요. 남학생 한 명이 가운데 있고 여학생들이 쭉 서 있는 사진이 있거든요. 그게 제 직계 무용부 선배들인데 얼굴도 가리지 않은 상태로 SNS에 올라오더라고요. 댓글만 봐도 성희롱이 심각했어요.

기자 : 지금 학교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 모 양 (이하 김) : 학교는 방학 중이라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다음 주 월요일이 개학입니다.

기자 : 친구들 분위기는 어떻나요.

김 : 저 글을 읽지 못한 애들은 진지하게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고, 저 글을 읽어본 애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기자 : 지금 학교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정 모 군 (이하 정) : 학교 선생님께서 혼자 하교해야 하는 학생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여럿 뭉쳐서 등교했습니다.

기자 : 학교에서 보낸 문자를 봤습니다. 오는 3일부터 5일까지는 학교가 폐쇄 상태인 거네요. 불편한 점은 있습니까?

정 : 2, 3월에 실기우수자 연주회를 비롯해 졸업식 연주가 있거든요. 미술부 학생들은 실기고사도 있고요. 그런데 (그 회원 때문에) 실기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돼 불편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요.

기자 : 평소 선화예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적 대상화나 성희롱을 느낀 적 있나요.

정 : (성적 대상화보다는) 우리 학교에 대한 환상을 경험한 적은 있습니다. 여자 학생 비율이 높다는 부분, 무용과 졸업 사진, 이미지 사진 등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며 그런 환상이 심어진 듯합니다. 학교 교복 디자인이 예쁘고 치마가 짧아서 그런 부분도 있고요.

학교에서 올해 신입생부턴 치마 길이를 정상화했어요. 원래 교복사에서 조금씩 줄여 짧게 판매했거든요.

기자 : 일베 회원이 '교복 입힌 채로' 선화예고 학생을 성폭행하겠다고 한 게 생각나네요. SNS에 선화예고 교복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편인가요.

: 네. SNS에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 사진이 올라올 때가 있는데, 치마가 짧다는 이유로 성적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보기 불편했습니다.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