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서 울었다" 세월호 묘사 목원대 실기자 증언

2017-01-17 18:10

트위터 사용자 제공 목원대 미술대학에서 정시 시험 주제에 '세월호 참사'가 등장했다는 증언

트위터 사용자 제공

 

목원대 미술대학에서 정시 시험 주제에 '세월호 참사'가 등장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한 트위터 사용자는 "목원대학교 (미대) 정시 실기 주제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상황묘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제를 받자마자 다들 멈칫했다"며 "아예 안 그리는 사람도 있었고 나는 울면서 어찌저찌 그리다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아 블랙으로 밀어버리고 그냥 나왔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트윗은 리트윗 7000개를 넘으며 확산됐다.

이하 트위터

 

다른 사용자도 목원대 시험 후기를 올렸다. 그는 "나는 주제 받고 탄식이 먼저 나왔다"며 "물속에 잠겨 있는 배 고래, 노란 풍선 등을 그렸는데 사람은 차마 못 그리겠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제를 받고 울 뻔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험을 본 목원대 수험생 이하영(가명·19) 씨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이다. 

 

Q : 목원대 미대 무슨 전공 시험이었습니까.

A :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였습니다. 상황 묘사 고사장이었고요. 

Q :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묘사하라" 주제가 발표된 후 시험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A : 처음에는 다른 시험장처럼 평범했습니다. 그런데 화이트보드에 주제가 적히자마자 분위기가 굳는 게 느껴졌습니다. 스케치를 시작한 학생도 많았지만, 저 포함 일부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Q : 이후 다른 수험생들은 어떻게 행동했나요.

A : 시험장 퇴실은 시험 시작 2시간 이후부터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시계만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몇몇은 그림을 중단했습니다. 감독관이 2시간이 지났다고 말하자 4명 정도가 짐을 정리하고 퇴실했습니다. 저와 다른 분은 화장실에서 30분 정도 울다 나왔습니다. 주차장에서 주제가 세월호여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고 말한 분도 봤습니다.

Q : 이 주제가 왜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A : 세월호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상처로 남아있는 사건입니다.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케치를 짜내며 저는 "내가 이런 걸 그려도 괜찮을까? 내 그림으로 누군가가 또 상처받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목원대 수험생 윤우연(가명·19) 씨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이다.

 

Q : 주제를 받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동시에 이런 걸 주제로 쓰는 의도가 무엇인가 궁금했습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라는 의도라기엔 너무 가볍고 경솔해 보였습니다. 

Q : 시험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A : 처음 주제 받고 다들 놀라서 "어?" 하는 분위기였어요. 

Q : '상황묘사'는 어떤 시험인가요?

A : 지정한 시간 이내에 4절지에 상황을 그리는 시험이에요. '극적으로' 잘 그리는 게 중요해요. 다양한 구도와 상황, 밀도, 채색을 보고 평가합니다.  

'상황묘사' 그림 예시다. 미술대학 입시생 김하늘(가명·19) 씨가 그렸다.

이하 김하늘 씨

 

 

일부 SNS 사용자는 "요즘 수험생들은 세월호 고등학생 피해자들과 비슷한 또래"라며 "아직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은 사건을 입시 미술 주제로 너무 쉽게 출제한 듯하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의견을 내는 사용자도 있었다. 한 사용자는 "세월호 참사를 그림으로 그리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사용자는 "예술가로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재난을 기억하고 추모하자는 의미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위키트리

 

하지만 당시 시험을 보고 온 트위터 사용자는 "우리는 단지 세월호로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며 "다수가 경쟁해야만 하는 입시에서 굳이 저 주제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 묘사는 그림에 내포된 의미보다는 눈에 띄고 강렬하며 역동적인 것을 표현하는 시험"이라며 "시험 특성상 자극적인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

 

 

목원대 측은 17일 위키트리에 "출제자 의도와 시험장 상황을 물어본 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목원대 실기시험 주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10월, 목원대는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수시 실기 시험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인명구조 상황을 만화로 표현하라는 주제를 출제했다. 

당시 네티즌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부 네티즌은 "이렇게라도 세월호를 기억하면 좋지 않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네티즌은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사고를 그저 극적으로 그리게 하는 게 좋은 선택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