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1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신호(무전)라는 미스터리한 소재도 흥미롭지만 실제 사건을 드라마 소재로 사용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더했다.
단,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만 사용했다. 현실에서는 미제로 남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극중에서는 다르게 풀어냈다. 박해영 경위(이제훈 씨)와 이재한 순경(조진웅 씨)은 시간을 뛰어 넘은 공조 수사로 범인을 잡는다. 드라마 시그널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한 일을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준다. '사이다 전개'라 불릴 만하다.
드라마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을 모티브로 다뤘다. 극중 소재가 된 사건을 모았다.
1. 김윤정 양 유괴 사건 - 박초롱초롱빛나리 사건
사건 당시 8살이던 박초롱초롱빛나리(이하 나리)양은 유독 예쁜 외모로 눈에 띄는 아이였다. 아이는 1997년 8월 30일 만삭 임신부 전모 씨에게 유괴된다. 전 씨는 문화센터에서 영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나리 양을 데려갔다. 이후 나리 양의 집에 전화를 걸어 현금 2000만원을 요구했다.
나리 양 실종 5일째 사건은 공개수사로 전환됐고 결정적 제보자가 나타난다. 제보자는 고위 공무원이었던 전 씨의 아버지였다.
그는 경찰이 공개한 협박 전화 녹음테이프에 담긴 목소리 주인공이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알아챘다. 전 씨의 아버지는 만삭인 딸이 가출했고 그 뒤로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며 경찰에 제보했다. 나리 양은 유괴 당일 오후 이미 사망했다.
2. 경기 남부 연쇄 살인 사건 - 화성 연쇄 살인 사건
1986년 9월 19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안녕리(현 안녕동)에서 71세 여성 노인의 시신이 발견됐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첫 시작이다.
1986년 두 건, 1987년 세 건, 1988년 두 건, 1990년과 1991년에 각각 1건 등 총 10건에 걸쳐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강간 살해됐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고 네 구의 시신에서 신체일부가 훼손됐다.
180만 명의 경찰이 이 사건에 동원됐다. 용의자도 3000여명이 조사 받았지만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이 가운데 8차 사건 범인이 잡혔다. 하지만 이 범인은 다른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봉준호 씨가 감독을 맡은 영화 '살인의 추억' 소재가 되기도 했다.
3. 대도 사건 - 대도 조세형 사건
조세형은 부유층과 고위 권력층의 저택을 상대로 절도행각을 벌여 '대도(大盜)'라 불렸다. 1982년 경찰에 체포될 당시 조세형의 집에서는 5.75캐럿 물방울 다이아를 비롯해 루비 사파이어 반지, '카르티에', '피아제' 시계 등이 쏟아져 나왔다.
15년간 감옥에 수감된 조세형은 1998년 11월 출소했다. 출소 후 그는 신앙생활에 몰입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2000년 신앙간증 차 일본을 방문했던 조세형은 절도행각을 벌이다 일본 현지 경찰에 검거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일본에서 복역하던 조세형은 감형을 받아 2004년 한국에 돌아왔지만 이듬해 또 다시 주택 절도사건에 휘말린다.
4. 한영대교 붕괴 사고 -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79년 10월 준공된 성수대교. 이 다리는 1994년 10월 21일 오전 붕괴됐다. 다리의 북단 5번째와 6번째 교각 사이 상판 50여m가 내려앉으면서 사고는 일어났다.
이 사고로 17명이 다치고 32명이 사망했다.
사고 당시 시공사 동아건설은 사과문을 게재했고 이영덕 국무총리가 사직했다. 또 이원종 서울특별시장이 해임되고, 성수대교 건설 당시 서울시 책임자였던 우명규 경상북도 도지사가 사퇴했다.
5. 홍원동 연쇄 살인 사건 - 신정동 살인 사건
2005년 6월과 11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두 명의 여성이 각각 잔인하게 살해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17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뤄지며 '엽기토끼 신발장 사건'이라 불리기도 했다. 흉흉한 사건에 이같은 이름이 붙은 건 당시 납치됐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여성의 증언 때문이었다. 이 여성은 범인 집 위층 신발장에 엽기토끼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 2월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신정동 연쇄살인사건과 2006년 발생한 노들길 살인사건이 유사한 부분이 많다며 사건의 연관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6. 인주 여고생 사건 -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2004년 경남 밀양 지역에서 고교생 44명이 여중생들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들은 1년 가까이 피해자들을 성폭행하고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협박까지 했다.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 가족들이 가해 학생 부모들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당하는 어이없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피해자를 조사하던 경찰이 "네가 먼저 꼬리 친 것 아니냐", "네가 밀양물을 다 흐려놓았다" 등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은 가중됐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영화 '한공주', '돈 크라이 마미'로 만들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