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이고 자살하고 싶다" 총기난사 가해자 유서

2015-05-13 20:56

[13일 오전 예비군 사격훈련중 총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군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예비군 사격훈련중 총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군 관계자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최모씨의 시신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13일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목숨을 끊은 최모(23)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육군 관계자는 "최 씨의 상의 주머니에서 2페이지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유서는 최 씨가 12일 밤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씨는 유서에서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지만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수없이 내 머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살아있으니깐 살아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 내가 죽으면 화장 말고 매장했으면 좋겠다. 모든 상황이 싫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44분쯤 서울 서초구 내곡동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후 10시 현재 가해자 최 씨를 포함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최 씨가 남긴 유서 전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지만,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수없이 내 머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것 같다. 하기 싫고 힘들고 그럴때 잠이라는 수면을 하면 아무 생각도 안나고 너무 편하다. 깨어있는 게,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인다.

내 자아감, 자존감, 나의 외적인 것들, 내적인 것들 모두 싫고 낮은 느낌이 밀려오고 그렇게 생각한다.

죽고싶다. 영원히 잠들고 싶다.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으로 되어간다.

나는 늙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 싫고 나의 현재 진행형도 싫다. 그래서 후회감이 밀려오는 게 GOP때 다 죽여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걸, 기회를 놓친게 너무 아쉬운 것을 놓친게 후회된다.

아쉽다. 75발 수류탄 한 정, 총 그런 것들이 과거에 했었으면 후회감이 든다.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

내가 죽으면 화장말고 매장했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 완전히 백골화가 되면 가루를 뿌리던가 계속 매장하던가 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인생 살면서 수많은 신체의 고통이 있었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화상당했을 때와 화생방했을 때 죽어가는 과정이란 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여 죽는 게 두렵다.

그게 가장 두렵다. 그래서 죽어있으면 화장하게 되는 데 죽으면 아무것도 아예 없지만 화장이란 과정자체는 훼손 및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모든 상황이 실다. 먼저가서 미안하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