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만 부르지 않았던' 신해철 생전 독설 18선

2014-10-28 13:38

[지난 2009년 고려대에서 특강을 하는 가수 신해철 씨 / 연합뉴스] 신해철 씨(@cro

[지난 2009년 고려대에서 특강을 하는 가수 신해철 씨 / 연합뉴스]

 

신해철 씨(@cromshin)를 아꼈던 사람들은 그를 '노래만 부르지 않었던 가수'로 기억한다. 생전 신해철 씨는 가수이자 '독설가'였다.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도 올랐고, '토론의 장'에도 나갔다. 가요계 현실과 사회 문제에 대한 그의 발언은 거침 없었다. 그래서 '쾌변 독설가'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생전 신해철 씨가 남겼던 주옥 같은 '독설' 18선이다.

1. 게임 규제 법안

 

"게임중독이 과연 약물중독과 같은 차원인가하는 찌질한 논쟁은 핵심이 아니다. 

'게임에 중독될 수 있는 권리' 또한 존재할 수 있어야 하며, 오만한 공권력이 함부로 개인의 삶과 가치를 규정하는 데서 생기는 해악은 게임중독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악 그 자체다.

게임중독자들이 생겨나는 원인은 게임 밖의 세상이 거지같기 때문일진데, 그들에게 마땅히 제시할 찬란한 비전이 없다면 모욕하고 통제하기 전에 비타민제나 싸게 공급해라." 

(2013년 10월 30일 트윗 중)

2. 간통죄

"간통죄와 관련해 국가가 형법으로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다.

(간통법은) 한쪽에서 질질 끌고 이혼안해주는 상황이 발생해 새로 시작하고픈 두 사람의 행복추구권을 방해한다.

요즘 미혼남녀 사이에도 성궁합이 맞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시대적 상황에 빗대어 영혼을 울리는 사람과 합칠지 말지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 국가 형법의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

(2005년 11월 MBC '100분토론') 

3. 대마초

 

"누구에게도 대마초를 권유하지도 않는데 처벌 목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국가가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

대마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대단히 과장돼 왔으며 선입견과 환상이 심어져있다.

물마시고 죽을 수도 있듯이 세상에 무해한 것은 없다. 다른 약재들에 비해 대마초를 과연 이렇게까지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2005년 3월 MBC '100분토론' 중)

4. 학교 체벌

"학교 체벌은 가정 폭력과 사회 폭력과의 연결 선상에 있고, 폭력의 속성상 아무리 약한 체벌이라고 해도 점점 강해진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금지시켜야 한다.

육체적 체벌은 호전성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가져오게 되며,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와 장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만일 체벌로 행동 수정이 가능하다면, 왜 군대에서 구타를 금지하고, 교도소 내 범죄자에게 폭력을 금지하겠는가."

(2006년 7월 MBC '100분토론' 중) 

5. 사교육 비판 여론

"내가 했던 입시교육 비판은 공교육 비판의 일부였지 사교육과는 거의 무관했다.

공교육이 우수한 학생은 감당 못하고 떨어지는 학생은 배려 못하니 가려운 부분은 사교육이라도 동원해서 긁어주고, 공교육은 자취를 감춘 인성 교육과 사회화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게 현재의 차선책. 당신들과 소신이 다른 게 범죄야?"

"'사교육=입시교육을 더욱 지옥으로 만드는 절대악'이라는 논리에 한번도 동의한 바가 없다. 사교육이 눈에 거슬린다면 사교육이 무용지물이 되는 환경을 만들든가 할 일이지, 엄연히 존재하는 사교육을 부인하라면 차라리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하기가 더 쉽다."

(2009년 2월과 3월 홈페이지 글 중)

 

6. '불순한' 복장

"후드 티에 장갑을 끼고 나온 것은 분명 일부에게 '익숙치 않은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반드시 '옳지 못한 모습'은 아니다.

열렬히 XX해 주신 분들께 한 말씀만 드리겠다. '세련 좀 되세요'."

(2005년 11월 미니홈피 글 중, MBC '100분토론'에 후드티와 가죽장갑을 끼고 출연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남긴 내용)

7. 사이버 모욕죄

 

"제가 느끼는 모욕감에 대해 보호를 요청한 적이 없다.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저는 이미 영생의 길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이하 2008년 12월 MBC '100분토론' 중)

8.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지금 보고 있는 모습은 전두환의 모습이다. 박정희의 모습이 아니다."

9. 국회

 

"국회를 청소년 유해단체로 지정하고 뉴스에서도 이를 못 보게 해야 한다. 국회 역시 19금이다."

10. 악플 

  

"악플은 국민성의 정체성을 흔드는 수준까지 와 있다. 우린 IT 강국이 아니라 저질 인터넷 문화를 만들었다."

(2007년 1월 '연합뉴스' 인터뷰 중)

11. 영어 몰입 교육

 

"먼저 국방장관, 내무장관, 대통령이 모여서 영어로 국무회의를 한 다음에 전 국민이 영어를 하도록 얘기하라.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이 영어를 배울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영어가 불필요한 사람에게 영어를 범용화할 필요는 없다."

(2008년 1월 인터넷 방송 '고스트 스테이션' 중)

12. 손연재 '고가 가방' 비판 여론

"난 또 손연재 씨가 황금 람보르기니를 몰고 교문을 지나치면서 '뒷모습도 자신있게 즐겨봐' 문구가 다이아로 새겨진 찌라시라도 뿌렸나했다.

남이 땀흘려 번돈에 대한 존중이 일절없는 것들은 자유시장 경제와 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자들로,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려야한다."

(2013년 3월 트윗) 

13. '앙드레 김 비판' 국회의원

 

"그분(고 앙드레 김)은 국회청문회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름 대신 본명을 대라고 삿대질한, 자신의 작품을 입는 것이 상대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추는 방법이기도 한 직업 디자이너에게 정장을 입지 않았다며 호통을 친 국회의원 나부랑이들 보다 백만배 더 가치있는 삶을 사셨다."

(2010년 8월 홈페이지 글 중, 고 앙드레 김을 추모하며 남긴 내용)

14.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허정무 감독님, 감정이 정리 되지 않은 경기 직후 인터뷰지만 특정 선수의 실수를 거론한 것은 제 생각엔 지도자답지 못한, 허정무의 평소 수준에 못미치는 행동이었다.

우리에게 축구는 스포츠 그 이상의 무엇이고 당신은 이제 우리의 얼굴이다."

(2010년 6월 트윗) 

15. '생방송' 가요 프로그램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위한 얄팍한 상술로 사고 가능성이 있는 생방송을 양산해 프로그램의 질이 하향 평준화됐다.

방송사의 권력으로 스타가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아닌, 대중이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2005년 8월 '세계평화 기원 국제 록페스티벌 개최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 중)

16. 가요 프로그램 '순위제' 부활

 "수많은 부작용과 악덕의 망령들을 모조리 불러내는 대참사가 될 것."

( 2007년 8월 미니홈피 글 중) 

17. '컬러링-다운로드'가 수익 근원인 디지털음악 

 

"콩나물 머리 다섯 개로 된 멜로디의 반복, 세 가지가 넘지 않는 악기 편성의 곡을 작곡해 다른 사람이 전화받는데 시중들 음악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음반이 가진 미덕이 실종된 시대여서 요즘 세태의 흐름과 정반대의 방법으로 저항하려고 했다."

(2008년 12월 넥스트의 '넥스트 666' 앨범을 낸 뒤 개최한 쇼케이스 중)

18. 공짜 관객

"요즘은 방송사가 외부에서 쇼를 만들어 공짜 관객을 들여다가 가수들에게는 거의 돈을 안 준다. 가수들이 받는 돈은 배우들의 출연료에 비하면 왕복 차비가 될까 말까하다. 

이렇게 공짜 관객의 습성을 들여주고 있는 것이 문제."

(2006년 12월  MBC '100분토론' 중)

home 손기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