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 제안 글 청와대 홈피서 삭제돼"

2014-05-02 16:59

[지난달 30일 서울 홍대 일대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적힌 피켓을 든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홍대 일대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적힌 피켓을 든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 사진=트위터 @d4ilybr34d]

지난달 30일 홍대 일대에서 벌어진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제안한 게시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용모 양은 지난 2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었던 세월호 승객들을 생각한다"며 "이 나라는 침몰하는 배와 같다. 가만히 있기 꺼림칙한 청년들을 만나고 싶다"며 해당 글을 올렸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용 양이 당시 작성한 게시글 전문이다.

정말 우리들은 "가만히 있어도" 되는걸까요? 가만히 있기엔 꺼림칙한 사람들, 4월 30일에 모여요!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든지 올 수 있어 올 수 없다고 장담 못해요. 미리미리 방지를 해 줬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나 이거에요.”

이 말은 1994년 10월 21일, MBC뉴스에서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유족이 남긴 말입니다. 이 뉴스의 클로징 멘트는 “세월이 가면 참사는 잊혀지겠지만 오늘 사고가 남긴 교훈은 잊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였습니다. 하지만 클로징멘트를 한 기자의 바램과는 반대로, 성수대교 참사는 잊혀지지 않았지만 교훈은 금새 잊혀졌습니다.

1년 후인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30대 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어요. 사연 들으면서 많이 울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뒤로 제가 한 일이 없는 거예요. 10년마다 사고가 나는 나라에서 제도를 바꾸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서 제가 똑같은 일을 겪었어요. 지금 SNS하면서 울고만 있는 젊은 사람들, 10년 뒤에 부모 되면 저처럼 돼요. 봉사하든 데모하든 뭐든 해야 돼요".

진도항에서 세월호에 탄 딸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의 말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든지 올 수 있어”라던 말은 예언처럼 실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는 침묵만 유령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쳐지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질 뿐입니다. 이 나라에 계속 이어져온 참사의 전통에서, 이번에 달라진 것이라고는 정부의 태도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군부독재시절 이후 일어난 대형참사 중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앞에서 보여준 것은 사과가 아니라 분노였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며 책임자가 아니라 심판자를 자처합니다. 청와대로 항의하러 가겠다는 유족들에게 마중나온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300명의 경찰부대였습니다.

침묵으로 교훈을 잊은 결과 우리가 얻은 것은 여전한 죽음과, 뻔뻔한 대통령 뿐입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열심히 모금을 하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며 ‘착한 추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고 들었던 세월호 승객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참사를 생각합니다. 모두가 말하듯이, 이 나라는 지금 침몰하는 배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역시, 가만히 있기는 너무 꺼림칙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꺼림칙한 청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오는 4월 30일, 우리는 도심에서 추모의 국화와 “가만히 있으라”는 세상의 명령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누빌 예정입니다. 정말 우리들은,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요?

가만히 있기엔 꺼림칙한 사람들, 4월 30일에 모여요!

드레스코드: 검은색 혹은 흰색

준비물: 1. 노란 리본을 묶은 국화 한송이

2. 침묵을 의미하는 뭐든 좋아요

*“가만히 있으라”만 적혀있는 작은 피켓을 여러개 준비해둘 예정입니다.

만나는 장소:

2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4시 명동역 밀리오레

6시 시청광장

● 시청광장 분향소에서 함께 분향하고 7시 대한문에서 열리는 추모문화제에 함께 가요

제안드리는 이 : 스물다섯살, 용OO (010-0000-0000)

1일 용 양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시 글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한 기자님이 청와대에 직접 확인하시고 저에게 전화를 주셨는데 청와대에서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삭제되었다'고 답변했다 한다. 아마도 4월 30일에 모여달라는 글에 적혀있던 제 핸드폰 번호를 문제삼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용 양은 시위를 다시 제안하며 "저는 5월 3일 토요일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시한번 모여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일이라면, 다시한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용 양이 1일 올린 글 전문이다.

다시 한번, "가만히 있으라"를 들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29일, "우리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요?"라며 30일에 모이자고 청와대 게시판에 제안드렸던 스물다섯살 용OO입니다. 제가 올렸던 글을 기억하시나요? 제 글을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아쉽게도 제가 29일에 올렸던 글은 이제 청와대 자유게시판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서 삭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올린지 한두시간 후에는 글자체가 볼 수 없지는 않았습니다. SNS를 통해 링크가 퍼지고 있던 와중에 처음에는 링크를 통해 글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막혔습니다. 제 이름을 직접 검색해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4월 30일 250여명이 '침묵행진'을 하고 난 후 오늘 낮에는 글이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본인이 삭제했냐'고 물어오시는 기자님들을 통해 들었습니다.

한 기자님이 청와대에 직접 확인하시고 저에게 전화를 주셨는데 청와대에서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삭제되었다."고 답변했다 합니다. 아마도 4월 30일에 모여달라는 글에 적혀있던 제 핸드폰번호를 문제삼은 것 같습니다. 선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제안드리는 글에 누구든 연락하실 수 있도록 제 번호를 적었고, 검색에서 스팸문자에 사용되도록 긁어갈 수 없게 일부는 한글로 적어놓았습니다. 저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게시판에 공지도 없이 삭제되었습니다.

묻고싶습니다. 이 글에서 문제가 된, 보호되어야 할 '개인정보'가 과연 저에대한 정보입니까, 아니면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사건의 책임자다'는 정보입니까?

집에가던 길, 창문을 내리고 저를 몰래 촬영하던 승합차.

4월 30일, 많은분들과 함께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서울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함께 나누고 집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던 와중에 횡단보도 앞에 섰는데, 한 승합차가 제 앞에 와서 서더니, 창문이 열렸습니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남성 두분이 타있었고, 캠코더로 보이는 카메라가 '촬영중'이라는 의미의 빨간 불빛을 내보내면서 저를 찍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자리에서 누구신데 저를 찍으시냐고 따져물어야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일에 당황해서 '저게 무엇인가'하고 쳐다봤습니다. 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승합차는 횡단보도를 지나쳐갔습니다. 횡단보도를 지나쳐서도 멀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앞에 다른 차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한가운데에 서서 20초가량을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차에 다가가자 그 차량은 쌩하니 사라졌습니다. 그 차량은 번호판 OOOO, 은색 OOOO 차량이었습니다. 그 두분은 과연 누구일까요? 누구시길래, 길가던 저를 몰래 창문을 내리고 찍고 도망치듯 가셨을까요?

이날, 명동에서부터 경찰이 따라붙어서 "어디로 갈거냐"라고 계속 물어보셨습니다. 퇴근시간이 지나고 6시쯤 시청광장에서 참배를 하고 25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보신각으로 침묵행진을 계속하는데 다른 경찰이 다시 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자신을 남대문서 정보과형사라고 소개했던 그 경찰은 "이렇게 행진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조용히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면서, 그리고 추모하면서 묵묵히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와서 "이것은 집회고 행진이다. 불법이다. 그만하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시민들이 모여서 조용히 추모하는 것이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못할 일인 걸까요?

두렵습니다. 경찰이 제가 하는 침묵행진이 '불법'이라고 이야기 하는것이.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차를 끌고 저를 쫓아다니며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두렵고 겁이 납니다. 하지만 제가 두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도, 그리고 이 나라의 공권력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제가 두려운가봅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지않겠다'고 모인 250명의 시민들이 무서운가봅니다.

그래서 저는 5월 3일 토요일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시한번 모여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일이라면, 다시한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 혼자 이야기했다면, 정부가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50여명의 시민분들과 함께 이야기했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5월 3일 토요일에는 다시한번, 그리고 수요일보다 더 많은 시민들과 모여서 '가만히 있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5월 3일에 지난 수요일과 마찬가지로 2시 홍대입구역 9번출구, 4시 명동 밀리오레, 6시 시청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가만히 있으라'는 세상의 명령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으로 행진하려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다시한번 해야하냐, 몇번씩이나 계속해야 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을 위해 다시한번 "가만히 있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함께 던져주세요.

가만히 있지 못하겠는 시민여러분, 뭐라도 해야겠다는 시민여러분, 그리고 왠지 모르게 가만히 있기 꺼림칙한 시민여러분, 5월 3일 이번주 토요일에 가만히 있지말고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함께 침묵으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세상에 함께 전하는 것에 동참해주세요!

* 5월 3일 토요일

- 오후 2시 홍대입구역 9번출구

-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

- 오후 6시 시청광장

* 드레스코드 : 검정

* 준비물 : 노란 리본을 묶은 국화와 마스크

제안드리는 이 : 스물다섯살, 용OO. 010-0000-0000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지도 않겠습니다."

앞서 용 모양은 지난 30일 한 손에는 노란 리본을 묶은 국화를, 다른 손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시민들과 함께 벌였다.

home 홍수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