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선출 경선에서 ‘친명’을 내세운 추미애 당선인이 아닌 우원식 의원이 승리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를 열고 국회의장 후보 선출 투표를 진행했다.
이변이었다. 추 당선인의 선출이 유력했던 상황이었기 때문.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 이 때문에 국회의장 후보 경선 선관위원장을 맡은 진선미 의원이 "우 후보가 재적의 반수 이상을 득표해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에 당선됐음을 선포합니다"라고 경선 결과를 발표하자 회의장에 일순 적막이 흘렀다.
의원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축하 환호성이나 큰 박수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의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대세론‘을 형성했던 추 당선인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다. 당원들의 지지를 압도적으로 받는 추 당선인이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봤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역시 의원들끼리의 선거는 끝까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분위기가 심상찮다. 추 당선인을 지지한 권리당원들이 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몰려가 우 의원에게 투표한 당선자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무시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기당했다", "민주당 재선 이상 '국개'(국회의원의 멸칭)들 아직도 멀었다", "아무런 조치가 없으면 조국혁신당으로 가겠다", "우원식을 지지한 수박(비이재명계의 멸칭)들 나가라", "우원식 뽑은 사람들 명단 공개하라. 언제든 이재명을 배신할 사람들"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도 놀라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세미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깜짝 놀랐다. 명심(이재명 의중)이 작동을 안 한 것 같다. 예상 밖"이라며 "박낙점 정치에 대한 민주당 내에 반대기류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수락연설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하고 국민을 살기 좋게 만드는 22대 국회를 만들겠다"며 "의장으로서 국민에 도움이 되는가, 옳은가를 기준으로 국회 전반기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현장중심형 중진 의원이다. 당내 '을지로위원회'(을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를 오래 이끌며 현장을 누비며 실천력과 협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 당선인을 꺾은 배경으로도 현장을 중심으로 의원들과 스킨십을 꾸준히 쌓아왔던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의장 후보엔 이학영 의원이 민홍철, 남인순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 의원은 "의장이 당심을 대변하는 의장이 되도록 소통하는 보좌역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