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분 터진 그 사건...2년 전 급발진 의심사고로 12살 손자 잃은 할머니 근황

2024-04-20 14:28

모든 시험 감정 비용 운전자 가족의 부담으로 진행돼

2년 전 많은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운전자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국내 첫 재연 시험이 진행됐다.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현장 / 강릉소방서 제공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현장 / 강릉소방서 제공

지난 19일 2년 전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가속페달 작동 시험 감정이 진행됐다.

이날 감정은 같은 연식 자동차로 사고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조건을 바꿔가며 네 차례 주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운전자였던 A씨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에 남은 마지막 5초 동안의 기록에서는 시속 110km였던 게 116km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국과수는 운전자 과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 측은 페달을 최대로 밟은 5초 동안 시속 110km에서 고작 6km만 증가한 건 비상식적이라며 자동차 제조사에 7억 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시험 감정에서 운전자는 110km 주행 중 페달을 최대로 밟자 차량 계기판이 금세 시속 135km를 넘게 가리켰다. 사고 당시 차량보다 시속 20km가 더 증가한 것이다. 이는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하는 결과인 셈이다.

놀랍게도 이번 시험에 든 비용과 도로 통제 협조를 구하는 일은 모두 A씨 측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소비자가 입증해야만 하는 현행 제조물 책임법 때문이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카메라와 변속장치 진단기가 설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카메라와 변속장치 진단기가 설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운전자 측은 이 시험 결과로 당시 사고가 결코 운전자 과실이 아니었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A씨의 아들인 이 모 씨는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정말 단순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 도로를 한 번만이라도 달려본 분들은 페달 오조작으로 달릴 수 없는 도로라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성과 추론을 통해서 결론을 낸 국과수와 달리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페달 오조작이 아님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씨는 또 "오늘로 도현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지 501일째다. 도현이가 마지막으로 달렸을 이 도로를 다시 보면서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소비자가 이렇게까지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지 화도 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회 국민청원을 통해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제정 환경이 만들어졌음에도 제조사 눈치를 보고,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21대 국회에서 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접한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네티즌들은 "이거 예전부터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는데... 할머니 마음을 감히 어떻게 헤아릴까", "저 할머님 손자 이름 부르면서 절규하는 게 너무 가슴 아프던데", "판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안타까운 사건", "이게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니...마음 아프다" 등 반응을 보였다.

A씨 가족은 지난해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사고 관련 글을 올렸다. 이에 5만 명이 동의하며 도현이(사고에 희생된 운전자의 12살 손자 이름)법 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으나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에 놓여 있다.

현재 해당 사건은 민사 소송으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운전자 할머니 무혐의 결론에 대해 검찰이 보완 수사 차원에서 재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