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가 키운 제자들 모두 배제… 트루시에, 박항서 흔적 삭제하려 했나

2024-03-28 10:26

베트남 매체 ZNEWS가 보도한 내용

베트남축구협회가 필립 트루시에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한 이유가 나왔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재임 시절인 2018년 10월 15일 베트남 하노이시에 있는 베트남축구협회에서 스즈키컵(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을 앞둔 각오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재임 시절인 2018년 10월 15일 베트남 하노이시에 있는 베트남축구협회에서 스즈키컵(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을 앞둔 각오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베트남 매체 ZNEWS은 27일(현지 시각) "트루시에 전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발굴한 스타들은 트루시에 감독 부임 이후 모두 제외됐다. 응우엔 꽝 하이를 비롯해서 부 반탄, 도흥동, 호탄타이, 호앙득 등 박 전 감독의 애제자들이 모두 배제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베트남축구협회에서는 최근 1년 동안 박 전 감독 시절 발굴된 스타들이 사라지면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했다. 특히 트루시에 감독은 자신이 지휘하던 U-23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짜면서 아예 말도 안 되는 세대교체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V리그 최고의 선수, 호앙득이나 꽝 하이가 배제됐다. 트루시에 감독은 이러한 선수 선발에 대해서 전술 핑계를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트루시에 감독은 일부러 박 전 감독의 업적을 지우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매체는 "한 인도네시아 코치진은 베트남전을 앞두고 '꽝하이는 어디 갔냐?'라고 물었다. 누가 봐도 베트남 최고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특히 베트남 대표팀이 최근 14경기서 10패를 기록했지만, 트루시에 전 감독은 이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친선 경기를 앞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과 친선 경기를 앞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베트남축구협회는 지난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을 끝으로 트루시에 전 감독과 계약이 종료된다. 트루시에 전 감독은 자신이 베트남 팬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트루시에 전 감독의 높은 책임감과 대단한 전문성은 인정하고 그의 행복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대성공을 거둔 박 전 감독 뒤를 이어 베트남에 부임했다. 하지만 트루시에 감독이 부임하자 베트남 대표팀은 흔들렸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조별 탈락까지 했다. 특히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대표팀과의 2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경질 요구가 높아져 갔다.

베트남축구협회는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에도 트루시에 전 감독은 베트남 지휘봉을 지켰다. 공교롭게도 다음 상대는 또 인도네시아 대표팀이었다. 트루시에 전 감독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인도네시아전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인 0-3 대패였다. 경기가 끝난 뒤 베트남 여러 매체에서 박 전 감독을 임시로라도 복귀시켜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 전 감독이 쌓은 탑을 무너뜨렸다고 평가가 되는 트루시에 감독 후임은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9년 1월 4일 오후(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술탄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 팀 훈련에서 박항서 감독이 패스 훈련을 지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1월 4일 오후(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술탄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 팀 훈련에서 박항서 감독이 패스 훈련을 지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home 이근수 기자 kingsma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