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첫 문장을 쓰는 데 며칠 밤을 끙끙 앓는다.
소설 도입부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자 저자의 세계로 가는 발판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첫 문장이 좋은 소설은 마지막도 좋다'는 이야기까지 있을까.
여러모로 좋은 첫 문장은 저자의 '워너비'인 셈이다. 그렇다면 '워너비'를 달성한 첫 문장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소설 속 주옥 같은 첫 문장 10가지를 알아봤다.
1. 재산 깨나 있는 독신남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건 세상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2.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3.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고,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불신의 세기였고,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고,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지만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4. 피할 수 없었다, 쓴 아몬드 향기는 언제나 그에게 보답 없는 사랑의 운명을 상기시켰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5. 밤은 젊었고, 그도 젊었다. (환상의 여인 - 윌리엄 아이리시)
6.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이방인 - 알베르 카뮈)
7.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7년의 밤 - 정유정)
9. 내가 왜 일찍부터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했는가. 그것은 내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새의 선물 - 은희경)
10.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 피는 숲에 저녁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 싶었다. (칼의 노래 - 김훈)
11. 다정함에 주린 사람은 어디를 가든 외롭다. (타인에게 말걸기 - 은희경)
12.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13.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젊은 느티나무 - 강신재)